정부는 북핵`2·13 합의’이행 지연으로 보류된 대북 쌀 차관 40만t을 30일부터 순차적으로 북으로 보낸다. 쌀 40만t을 돈으로 환산하면 1억5,200만달러로, 북한이 그렇게 받기를 원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자금 2,500만달러의 6배를 넘는다. 2,500만달러가 2005년 북한 예산의 1%에 해당하니까 쌀 차관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남한 정부는 `퍼주기’라는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인도주의적 차원과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대규모 식량 지원을 하는데 북한은 어떤가. 단거리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서해 상에서 무장 충돌이 재발할 경우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우리 함정이 북한 영해를 넘어가지도 않았는데 침범을 주장하며 전면전을 운운하고 27일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까지 강행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속셈을 도대체 알 수 없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전격 방북과 북한의 영변 핵시설 즉각 폐쇄 약속 등으로 급진전되고 있는 북핵 상황과는 너무 대치된다.
북한은 2·13 합의 이행과 6자회담 재개 여부 등 민감한 시기인 만큼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를 불안하게 하는 도발적 언행은 삼가야 한다.
북한의 식량난을 감안할 때 2·13 합의와 별도로 남북경제협력 차원에서 합의한 쌀 차관 제공을 마냥 늦출 수는 없다. 북한의 지난해 곡물 수확량은 약 440만t으로, 최저치(266만t)를 기록했던 1998년 이후 생산량이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최소 영양섭취량 기준으로는 아직 100만t 가량 부족하다고 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기아와 영양 부족에 직면하고 있으며 전체 수요의 20%에 해당하는 약 100만t의 식량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WFP 방콕 사무소의 폴 리슬리 대변인은 “WFP는 국제사회에 대북 지원과 정치적 사안을 구별해 생각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시설을 동결하기 위해 무고한 북한 주민에 대한 식량 지원을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기도전에 정부가 식량 지원을 하는 것에 반대 의견이 적지 않지만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 대표단에 영변 핵시설 방문을 허용하는 등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 국면으로 본격 진입한 만큼 쌀 차관을 제공할 때도 됐다고 본다.
그러나 북한이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남한 정부가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식량 지원이라는 결단을 내렸다면 남한 정부가 더 이상 난처한 지경에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지난해까지 4년 간 대북 무상 지원 규모는 1조 2,400억원으로 김대중 정부의 5년 간보다 2.27배나 많다.
아무리 `통상적 훈련’이고 북한 영해 내라고는 하지만 미사일을 발사하고 남북 간의 실질적인 해상 경계선인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무효화를 주장하며 전면전 가능성을 위협하는것은 북한의 남북 관계 개선 및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의심받게 한다. 북한 방송들은 “다시 서해 상에서 무장 충돌이 일어난다면 지난 시기의 서해 교전과는 대비할 수 없는 싸움으로 될 것이며 지상과 공중을 포함한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불은 불로’` 미친 개는 몽둥이로 다스리는 법’`무자비한 징벌 의지’ 등 극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억지 주장과 협박성 발언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결코 북한에 득이 안 된다.
쌀 차관이 차질 없이 제공되느냐는 북한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6자회담의 핵심 당사국인 남한을 의도적으로 소외시키거나 위협하면서 핵을 불능화하고 북미 관계 정상화를 하겠다면 누가 그 진정성을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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