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현 정부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를 특혜 지원한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은 삼성이 최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에게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본사가 검찰로부터압수 수색당한 것은 지난 2008년 ‘삼성특검’ 이후 8년 만이다. 이로써 삼성은 다시 권력 실세에 대한 뇌물성 자금 제공 의혹의 중심에 섰다.
삼성은 작년 가을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회사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약 35억원을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자금은 승마 선수인 정 씨의 말 구매·관리, 말 이동용 특수차량대여, 승마 대회 참가 지원, 전지훈련 등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대외협력 담당인 박상진 사장은 독일로 건너가 최 씨와 구체적으로 협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삼성이 비선 실세에 밀착한 정도에 국민은 놀라고 있다. 삼성은 최 씨를 만난 적 없고 의혹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인 것 같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지원에 대해 컨설팅 계약의 모양새를 취했지만, 삼성이 최 씨 측에 직접 돈을 건넨 것과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최 씨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자금을 건넨 게 아닌지, 드러난 것 외에 다른 지원이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기업이고, 한국 산업계의 선도 기업이다. 삼성그룹 매출은지난해 270조원 이상으로 국가 예산의 70%와 맞먹는다. 청년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중 하나다. 세계 일류를 자처하는 기업이 정권 실세에 뇌물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특혜성 자금을 지원했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율이 0.59%에 불과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삼성으로서는 당국이나 권력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은 합병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치권은 이런 정황을 들어 삼성의 최 씨 특혜 지원의 대가성을 의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 결정으로 국민연금은 막대한 투자손실을 입었고, 두 달 뒤 삼성은 정 씨에게 거액의 자금을 송금했다”며 “대가성이 없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은 과거에도 정치권에 수백억원의 비자금이나 선거자금을 제공해 물의를 빚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한 게 확인된다면국민과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할 것이다.
검찰이 두 재단 모금 경위를 밝히기 위해 박 대통령과 7대 그룹 총수 간 비공개 면담을 수사하기로 해, 재계가 긴장하고있다. 면담에 참석했던 이 부회장을 포함해 총수들이 줄줄이 소환되면 한국 기업들의 신인도 추락은 불가피하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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