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진달래나 철쭉과 많이 닮아서 헷갈리게 하는 꽃이 있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이름도 그렇다. 연산홍일까? 영산홍일까? 영산홍이다. 한자로는 映山紅이라고 쓴다. 별명도 있다. ‘왜철쭉’이다. 일본이 원산지여서 그런 별명을 달고 사는 꽃이다. 생김새가 비슷한 진달래는‘두견화’ 또는 ‘참꽃’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철쭉은 ‘개꽃’으로 통한다.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때문에 별명이 엇갈린 셈이다.
영덕읍 우곡리에 있는 고불봉 꼭대기에 이 영산홍이 활짝 핀 사진이 보도됐다. 마치 제철 만난 듯 100여 그루가 아름다움을 겨루는 것 같다. 고불봉은 바다 건너 멀리 ‘호랑이 꼬리’를 볼 수 있는 산꼭대기여서 인기가 높은 산이다. 산이라고는 하지만 해발 235m로 운동 삼아 걷기에 딱 맞는 산책길로 기억된다. 이 산길을 내려가면 영덕의 명물이기도 한 ‘블루로드’로 이어진다.
고불봉 영산홍 100여 그루를 싸잡아 ‘망령 든 꽃’으로 깎아내리면 너무 삭막할 것 같다. 영덕군 남정면 부경리 절벽 위 영산홍은 전설까지 품고 있다. 신라 성덕왕 시대 절세가인 수로부인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꽃다발을 꺾어 바친 소몰이 노옹의 얘기가 아름다워서다. 들국화는 초겨울 찬 바람 속에서도 아직 향내를 뿜고 있다. 설령 계절을 잊고 겨울의 어귀에서 꽃을 피웠다고는 해도 ‘참꽃’ 닮은 영산홍이라고 향기가 없으랴. 세월이 어수선하다보니 ‘망령 든 영산홍’도 이 나라 백성을 위로하고 싶은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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