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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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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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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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소리 때문에  피해입은 이웃에게 100만엔을 지급하라.” 몇 년 전 일본 나고야(名古屋) 지방법원이 남긴 판례다.아파트 입주자끼리 시비가 붙어 260만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되자 내린 판결이었다.그런가 하면 스웨덴의 한 주택회사는 대낮에 나는 `시끄러운 사랑 소리’때문에 세든 사람을 내쫓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일도 있다. 주택법에 `낮’에 일어나는 `사랑 소음’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게 논거였다던가.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흉중에 품은 뜻을 가지고 귀에 들리는 대로 소리를 만든다”는 대목이 나온다.“깊은 소나무가 퉁소소리를 내는 것은 듣는 이가 청아한 탓이오, 산이 찢어지고 언덕이 무너지는 듯한 것은 듣는 이가 분노한 탓’이란 이야기다. 그는 이 밖에도 여러가지 소리를 비교하면서 듣는 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달리 들리는 것이라고 썼다.
 골칫거리인 멧돼지 퇴치 비법을 마침내 경상대 수의학과 연성찬 교수가 찾아냈다고 한다. 영양군의 의뢰를 받아 연구한 끝에 `호랑이 울음소리’를 처방전으로 내놨다는 것이다. 호랑이 울음소리를 생물음향은행에서 분양받아 CD와 녹음 테이프에 담아 농가에 보급했더니 멧돼지, 고라니의 발길이 뚝 끊어지더라는 이야기다.
 호랑이 똥도, 전기 철망도 우습게 알던 멧돼지도 호랑이의 포효만은 감히 거스르지 못한다는 것인가.실체 없는 천적이 울음소리만 디지털 기기에 실어 내보낼 뿐인데도 꼬리를 말다니 어이없기도 하다. 멧돼지의 만용도 여기까지라면 호랑이 울음소리는 `명약’ 반열에 오를 수 있겠다. 박지원의 주장이 딱 들어 맞은 셈이다.
 문제는 내성이란 생각도 든다.소리만 들리고 호랑이는 발자국조차 없으니 아무리 멧돼지인들 `의심’과 `배짱’이 생기지는 않을까. 호랑이똥도 2주일 동안인가를 지켜보더라는 데…. 가축까지 스트레스를 받아 유산할지도 모른다니 이 또한 걱정거리다. 이래 저래 골치 아픈 멧돼지를 어이할꼬.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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