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량형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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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량형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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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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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4km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아리랑, 아리랑…” 발병은 `십리’ 대신 하다 못해 `4천미터’ 이내에서 나게될 거라고 해야 하며, 임을 놓치고 아무리 속 상해도 술을 1.8리터는 마실지언정 한 되를 먹어서는 안 된다. 1천2백km방방곡곡을 다녀와서 `삼천리’강산을 돌아보고 왔노라고 함부로 발설치 말라. 당신이 지닌 속담 구사력이 제법 뛰어나도 `구슬이 18리터들이 세 통이라도 꿰어야 보배’임을 명심할 일이다.
 산자부가 이달부터 미터법 도량형의 통일을 위해 돈쭝, 평 같은 일부 도량형 사용자를 단속하여 과태료를 물리는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자 지금 인터넷 상에는 네티즌들이 온갖 기발한 걱정(?)을 올리고 있다. 멋모르고 어떤 행사장에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을 외치며 애국가를 불렀다가는 자칫 돈을 물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따위의 우스개 걱정 말이다.
 `나라가 망하려면 법률이 많아진다(國將亡必多制)’는 춘추좌전의 가르침은 요즘 위정자들에게는 참고도 안 되는 모양이다. 걸핏하면 범칙금이니 과태료니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제도를 끊임없이 만들어 온 게 역대 정권이다. 사적 영역이랄 수 있는 자동차에서 안전벨트 안 맸다고 물리는 범칙금이 서민의 하루 일당보다 많은 나라, 쓰레기 봉투값이나 올리고 앉았으면서 최상의 환경보전책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지금 정부 사람들이니, 네티즌들의 냉소를 과하다 할 수도 없겠다.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뛴다’고 의사 앞에서 호소하고, `무정천리 눈이 온다’고 한가락 뽑는 이에게 과태료까지 물리기야 하랴. 하지만 네티즌들의 말뜻은 걸핏하면 국민에게 강제로 돈을 메기는 그 행정편의주의에 대한 원성이다. 노자도 일찍이 경고했다. `나라에 금하는 일이 많으면 국민이 더 가난해진다(天下多忌諱而民彌貧)’.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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