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이름값을 제대로 하려면 비, 그것도 장대비가 좍좍 퍼부어야 실감이 난다.“지리하게 무더위는 찌는 듯하고 장마비 그치지 않네./저자가 막히니 들 늙은이 걱정이 늘어지고 / 강물이 불으니 고기잡이배 어지럽구나./모기와 바구미는 창문과 책상에 깃들이고 개구리와 청개구리 부엌에 들어오네./어느 때에나 불 같은 더위가 그칠까/ 이마를 치며 층루(層樓)에 올라가네.” <崔滋 /補閑集> 이쯤은 돼야 장맛비라 할 것이다.
장마 앞에도 `마른’이 붙어 마른장마가 되기도 한다.모든 것이 축축하고 찐득거리는 장마철에 뽀송뽀송 마른 날씨라니 당키나 한 소린가. 그런데도 스무날 넘게 계속되는 장마철에 비가 내리지 않거나, 내려도 시늉만 내면 마른장마다. 비가 많이 와 물난리를 일으켜도 탈이지만 마른장마 또한 바람직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물부족으로 말미암은 고통이 뒤따르는 탓이다.
경북지역에서 내로라하는 4개 댐에 물이 없어 걱정들이 많다. 저수율이 평년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다.현재 저수율은 안동댐 34.3%(평년 76.2%) 임하댐 25.7%(47.4%) 영천댐 27.9%(35.8%) 운문댐 37.2%(58.9%)다. 댐 유역권 강우량이 평년의 3분의1 수준인 190여㎜였으니 가슴이 타들어갈 노릇이다. 상류지역은 바닥이 드러난 곳도 있다니 더욱 그렇다.
경북 곳곳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가 취소되곤 했다. 큰비가 내릴지 모른다고 `주의보’가 내리는 한쪽에선 마른장마가 뒤탈을 내고 있다니 세상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떨치기어렵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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