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공사를 하는 동안 29차례나 설계를 바꿨고,공사비는 갑절로 뛴 관급 공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울릉 사동항 방파제 및 어선 여객부두’ 건설 공사다. 개인의 일이라도 이쯤되면 의혹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물며 포항지방 해양수산청이 발주한 공사다. 의구심을 말끔하게 털어내야 마땅한 일이다.
어제 경북도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울릉 사동 항만공사의 최초 설계비는 715억 6천만원이다. 그것이 착공이래 10년만에 1427억 4900만원으로 불어났다. 공사시행 2년만에 455억 1천만원을 올린 일도 있었다. 당초 예산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증액이다.설계는 4가지 분야에서 앞다투듯 바꿨다. 방파제(650m) 11차례, 방파제 연장(100m) 5차례, 방파호안(413m) 8차례,어선 및 여객부두 5차례로 모두 29차례나 된다. 한해 동안에 무려 4차례나 설계를 바꾼 일도 있다. 이때마다 공사비가 늘어난 것은 뻔한 일이다. 예산 낭비 의혹이 생기지 않는다면 되레 이상한 일이 아닌가.
이 공사를 발주한 포항지방 해양수산청은 시공업체인 S토건의 공사비 증액 요구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다. 마치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사비 규모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대해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관계법규를 근거삼아 이유를 밝혔다.“90일 이상 3%의 물가 변동이 생기면 공사현장의 인건비와 자재값 인상을 감안해 총 공사비에 반영하도록 돼있다”는 것이다. 설계 변경이 유달리 잦았던 이유로는 울릉도의 특성과 시공상 어려움을 들었다.
건설분야의 문외한이 들어도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지난 10년동안 관급공사가 울릉도 사동항만 공사 뿐이었던가. 그 많은 공사마다 공사비 몸집이 갑절이나 불어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일이 없다. 잦은 설계변경 이유도 궁색하게만 들린다. `섬지방’공사의 어려움을 감안하지도 않고 설계를 했다는 말인가. 설계 변경이 상식과 관행으로 굳어버린 듯한 현실이 새삼 안타깝기조차 할 지경이다.
해양청 관계자는 시행청과 시행업체간 유착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에 의구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의구심은 명명백백하게 벗겨져야 한다.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해서 이참에 혈세낭비의 연결고리를 끊는 관행이 새롭게 굳어지면 좋겠다. 아울러 당사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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