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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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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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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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천국 ‘에드워드 엘가’
▲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경북도민일보]  한국 바이올린 연주자들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재 바이올린연주자들이 많다.
 특히 엘가의 ‘사랑의 인사’라는 바이올린 곡 연주로 유명세를 갖게 된 우리나라의 연주자가 있었는데 바로 한국클래식 음악의 자존심인 ‘장영주’이다.
 우리들에겐 ‘사라장’ 또는 ‘장영주’라고 하면 바이올린이라는 등식이 생길정도로 아주 잘 알려진 인물이다.
 장영주는 4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이미 8살 때 세계적 거장 ‘주빈 메타’와 공연하여 단숨에 세계적 연주자 반열에 오를 정도로 재능이 탁월했다.
 9세에는 세계적 음반회사인 EMI와 독점 계약을 맺으며 1992년 첫 데뷔 앨범을 출시했는데 이 앨범은 9세의 어린 나이로 특히 1/4 사이즈 아동용 바이올린 연주로 상업적 녹음을 한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앨범의 레퍼토리 역시 어린아이가 소화할 수 없는 구성으로 구성되어졌던 것이었다.
 사라사테의 ‘카르멘 판타지’, ‘파가니니바이올린연습곡’ 1번과 15번, 엘가의 ‘사랑의 인사’ 등이 녹음되었는데 1992년 9월에 출시이후 전 세계의 환호를 받으며 음반출시 즉시 미국 빌보드차트 클래식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단숨에 올라 세계적인 명반 중에 하나로 자리잡았다.
 1992년 대학생이었던 필자도 그녀의 음반을 처음 듣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린 소녀였지만 그리도 아름다운 사랑을 연주할까?
 음악학도였지만 큰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엘가의 ‘사랑의 인사’라는 제목은 몰라도 첫 소절 멜로디만 들어도 아~~ 하며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은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기도 하고 세기와 세대를 초월한 사랑의 정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영국음악의 영웅 ‘에드워드 엘가’와 그의 대표 작품을 소개해본다.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엘가의 음악
 엘가에게는 운명적 사랑이 있었다.
 자신보다 무려 9세나 연상인 ‘캐롤린 앨리스’라는 피아노를 배우는 그의 제자였다.
 그녀는 당시 무명이었던 엘가의 음악과 재능을 인정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그에게 늘 희망과 용기를 준 정신적인 안식처였다.
 그녀는 상류사회의 유명한 가문출신의 귀족이었고 엘가는 가난한 예술가였기에 그들의 사랑은 계층 간의 차이로 인해 쉽지만 않았다.
 어려운 사랑을 할수록 사랑은 더욱더 간절해진다. 마침내 그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고 꽃피울 무렵 ‘사랑의 인사’(Salut d’ Amour)라는 명곡을 작곡하게 되는데 엘가가 작곡가로 성공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물심양면 내조를 한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곡을 작곡하고 헌정하였다.
 ‘사랑의 인사’는 그들의 사랑이 세레나데가 되어 결국 해피엔딩이 된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 모티브로 작곡됐는데, 이 얼마나 아름답고 달콤한 사랑의 멜로디인가?
 이곡의 멜로디가 전해주는 느낌이 그래서인지 그들의 사랑 역시 죽음으로 헤어지기 전까지 한 쌍의 잉꼬처럼 아름다웠다고 한다.
 엘가의 음악인생은 여느 다른 서양의 작곡자와는 다르다.
 그는 음악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건반악기 상인이었고 교회 오르간 연주자였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엘가는 음악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당시 음악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은 가난을 대물림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 엘가의 아버지도 그를 음악이 아닌 법률가로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엘가는 아버지의 가게에서 일하는 것을 즐겼고 아버지가 없을 때에는 혼자서 피아노도 치고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루면서 작곡법을 독학할 수 있었다.
 1889년 그의 나이 32세 때 그의 부인 ‘캐롤린 앨리스’ 와 결혼하게 되는데 이 무렵 적극적인 아내의 적극적인 내조로 뒤늦은 나이에 작곡을 시작했다.
 아마 엘가의 아내가 내조를 하지 않았다면 그의 이름은 영국의 섹스피어와 같은 반열에 결코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엘가는 나이 40세가 지나서야 비로소 작곡자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인정받게 되는 작품으로는 관현악곡 ‘창작 주제를 위한 변주곡, 또는 수수께끼 변주곡’ op36(바이올린 협주곡), 오라토리오 ‘제론티우스의 꿈’ op.38, ‘위풍당당 행진곡 1-5’ op.39 등이 있다.

 영국이 자랑할 만한 음악가는 이웃나라 독일이나 프랑스, 이탈리아와 비교해서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귀화하여 활동한 바로크 음악의 거장 ‘헨델’ 이후 ‘엘가’가 등장하기까지 약 200년 동안 내세울만한 작곡자가 없었다.
 그렇기에 엘가는 생전에 영국인들로부터 특별했고 최고의 대우와 영광을 받았다. 그는 왕실로부터 귀족의 반열에 오르는 작위를 받았고 왕실의 악장과 왕실음악원의 교수로 추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63세 때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데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이 원인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1920년 아내와의 사별의 충격으로 작곡 활동을 돌연 중단했다.
 엘가는 14년 동안 우울증과 실어증으로 칩거하며 세상과 단절했다.
 77세의 나이로 홀로 어둠과 침묵 속에서 아내를 그리워하며 그는 생을 마감하였다.
 
 △자서전적 역작 첼로 협주곡 e단조 op.85
 엘가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손꼽히는 것으로는 그의 단하나 뿐인 첼로 협주곡이다.
 이 작품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감동받는 명곡 중의 명곡이다. 1919년 당시 유명한 첼로연주가 ‘펠릭스 잘몬트’라는 사람에게 처음으로 연주가 되었지만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더욱이 1920년 아내의 죽음으로 이 첼로협주곡은 잠시 대중들에게 잊혀졌다.
 하지만 엘가 사후 1952년 영국의 아름다운 금발의 소녀로 인해 다시금 재조명 되어졌는데 그 소녀는 비운의 천재 첼리스트 ‘자크린 뒤 프레’였다.
 그녀의 나이 17세 때 영국 런던 로열페스티벌홀 (Royal Festival Hall)에서의 연주로 ‘엘가의 첼로협주곡’은 세상의 관심과 집중을 다시 받게 되었다.
 그래서 사실 ‘엘가의 첼로협주곡’은 영국 비운의 전설적 첼로연주자 ‘자크린 뒤 프레’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세기 중반 ‘자크린 뒤 프레’의 등장으로 그동안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영국은 세계적 첼로연주자와 최고의 첼로협주곡을 마음껏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연주로 엘가의 첼로협주곡은 재평가되고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첼로협주곡이 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남긴 영국의 음악유산 중에 EMI음반 회사에서 녹음을 한 명 음반이 있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쉽게 감상할 수 있어 당시 ‘뒤프레’의 연주가 어떠했는지 쉽게 감상할 수 있다.
 32세에 작곡을 시작해 40세에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에 이름을 알린 엘가의 음악이야기, 아내 없이는 한순간도 생의 의미가 없다던 그의 인생이야기가 고스란히 그의 역작 첼로 협주곡에 담겨있다.
 ‘자크린 뒤 프레’역시 ‘엘가의 첼로협주곡’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로 인해 이 작품이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되었지만 그녀의 인생 역시 불운했다.
 25세의 나이에 온몸의 근육이 굳어가는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이라는 불치의 병에 걸려 28세에 음악계에 공식은퇴하고 14년 동안 기나긴 투명생활을 하다 42세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자크린 뒤 프레’, 이 둘의 인생은 마치 한사람의 인생인 듯 서로 닮아 있지 않은가?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일반적인 협주곡(3악장의 구성)과는 다른 구성(4악장으로 구성)로 되어있다.
 1악장은 단순히 분위기를 암시하는 역할 이상을 하고 있다. 처음 5마디가 이곡 전체분위기를 결정짓는다.
 클라리넷과 바순 같은 목관악기의 역할은 어둡고 비극을 암시한다.
 1악장과 2악장은 끊어지지 않고 서로 연결되는데 1악장보다는 활기차고 밝다.
 3악장 아다지오는 명상적이라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4악장은 절망 속으로 빠져드는 침울한 분위기다.
 더없이 고독한 말미부분은 슬픔의 눈물로 범벅된 우리들의 인생을 회상하는 듯하다.
 오늘 저녁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엘가의 ‘사랑의 인사’와 ‘자크린 뒤 프레’가 녹음한 엘가의 첼로협주곡을 감상하기를 권한다.
 고단하고 힘든 삶의 뒤안길에서 위안을 찾는 이들에게 엘가의 음악을 적극 추천한다.
 사랑은 음악의 완성이다.
 음악의 완성 역시 사랑에 있다.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음악을 창작한 엘가, 그에게는 음악이 천국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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