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료기관과 지방의료원들이 유리 가루가 든 주사액을 마구 사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유리 앰플 주사제를 딸 때 들어가는 유리 가루를 걸러내는 필터 니들(filter needle)주사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올해 상반기에 유리 앰플 60만 129개를 사용했으나 필터 니들 주사기 사용은 215개에 그친 경북대학병원이 그 일례다.
경북도민일보가 어제 보도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지방 의료원 5곳은 마치 필터 니들 주사기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것만 같달 지경이다.도내 포항·김천·안동·울진 의료원과 대구의료원이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 쓴 유리 앰플 주사제는 어림잡아 192만여 개나 된다. 이토록 많은 앰플 주사제를 어린이와 노약자들에게까지 무차별 사용했다는 것은 의료인의 양식에 비춰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록 극소량일지라도 유리가루가 사람의 몸 안을 돌아다니며 무슨 부작용을 일으키는지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누구보다 그 폐해를 잘 아는 의료인들이 이를 눈감은 원인은 오로지 이윤(利潤) 때문이다. 필터 니들 주사기는 일반 주사기보다 낱개로 422원이 더 들어간다. 5개 의료원을 합쳐봤자 8억 1000여만 원이 더 들어갔을 뿐이다. 필터 니들 주사기를 쓴다고 예산을 초과하는 것도 아니다. 참으로 `돈에 눈 먼 양식’이랄 수밖에 없는 짓들을 마구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짓들이 지난해와 올해에만 저질러졌을 것인가. 이미 오랜 세월 관행으로 굳어진 악습일 것이다. 이토록 책임감없는 의료행위가 빚어낸 해악의 규모는 밝혀진 것이 아직 없다. 설령 부작용으로 또 다른 질병을 얻었어도 환자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식약청은 `필터 니들 주사기 사용권고’를 한 것만으로 손 털고 물러앉아서는 안된다. 병 주고 약 주는 의료행위의 후유증도 밝혀내고 책임도 물을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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