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외유(外遊)가 끝없이 말썽을 피우고 있다. 얼마 전엔 경주시 공무원들의 `쓰레기 소각장 외유’가 여론의 지탄을 받더니 이번엔 경북도의회 의원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15일 동안 스페인, 그리스, 터키, 모로코, 이집트 5개국에서 연수를 하겠다는 명분이다. 보름동안 다섯 나라의 시의회·행정·사회복지 시설을 둘러보고 정책자료를 수집하겠다고 했다.
도무지 믿기 어려운 해외연수 일정이다. 한 곳에서 2박 3일 일정이 얼마나 짧은 것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비행기에서 내려 대충 둘러보고 `증명사진’ 찍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연수일정 이외에 관광일정까지 들어 있다.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재주를 지닌 사람들인 모양이다. 해외연수와 해외관광 어느 쪽에 비중을 둔 여행인지 이쯤되면 알만하지 않은가.
공직자들의 해외여행이 비난받지 않고 넘어간 해는 한 번도 없다시피하다. `관광성 외유’임이 금세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포장을 잘 한다해도 내용물이 훤히 보이는 데 감추려들면 무엇하나. 관광여행을 하려면 개인 돈으로 하면 될 것이다. 혈세로 관광하라고 도의원 직분을 맡긴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해외연수 간다면 또 세금으로 놀러가는구나 하고 생각할 테니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보자는 심리일지도 모르겠다. 해마다 몇 번씩이나 똑같은 문제로 마음 상하기도 이제는 지겨운 노릇이다. 공직자들의 해외연수제도를 바꿔야 한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보고서 한 장 내미는 것으로 6000만원 가까운 혈세 값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풍토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동안 다녀온 해외연수 보고서를 먼저 모두 공개하라. 그리 해야만 왜 여론이 들끓는지를 깨닫게 될 모양이다.
임기 내 해외연수가 보장돼 있다고 하지만 관광이나 다니라는 보장은 아니다. 현행 해외연수제도의 개선과 강화는 절대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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