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연/언론인
국가경쟁력 순위는 수직 상승했는데 서민의 삶이 별로 나아진 게 없다면…. 수출이 아무리 늘어도 유가 급등과 환율 폭락으로 밑지는 장사가 된다면…. 당국이 이런저런 이유로 대책을 미루거나 대통령이 지시하니까 마지못해 검토해보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면…. 국민의 불만은 고조되고 기업은 울상을 지을 것이다.
국민과 기업이 조금이라도 주름살을 펼 수 있게 정부가 더 적극적인 자세로 경제 현안을 풀어나갈 것을 촉구한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국제경쟁력 순위가 지난해 23위에서 올해 11위로 무려 12단계가 올랐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조사대상 131개국 중 대학진학률(1위), 광대역 인터넷 가입자수(2위), 기업 혁신(8위) 및 기업활동 성숙도(9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부로서는 모처럼 자랑거리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일부 부처는 홍보용 보도자료까지 냈다.
반면 해고 비용(107위), 창업 관련 행정절차 수(95위), 정부 정책 결정의 투명성(34위), 정부 부채(33위), 기업 회계 감사 및 보고 기준의 강도(35위) 등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았다.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 개선 노력을 게을리하면 순위는 언제든 내려갈 수 있다.
국가경쟁력은 높아졌는데 국민의 분배 구조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도시가구의 시장소득 기준 상대빈곤율(중위소득의 50%가 안 되는 가구 소속 인구의 비율)은 작년에 16.42%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인 가구를 포함한 전국 가구의 상대빈곤율은 시장소득 기준 18.45%였다. 국민 5명 중 1명 가량이 상대적 빈곤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처럼 분배구조가 악화된 것은 고소득층이 돈을 많이 벌었다기보다는 비정규직·자영업자 등 저소득층의 소득이 부진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빈곤층 대상 정부 지출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근로빈곤층의 취업을 촉진하고 취업의 질을 높이는 실질적 친 고용 정책이 시급하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혜택에서도 일반 중산층과 서민층은 감세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한다.
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가 서민들에게 공허한 구호로 들리지 않도록 일자리 창출과 세금 문제에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다.
기업은 3고(高), 즉 유가와 원화가치,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가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800원대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미국 달러화 약세로 투기자금이 상품 분야로 몰리면서 원자재 가격도 치솟고 있다.
3고는 수출 업체의 채산성을 악화하고, 이는 고용·투자·소비지출을 위축시킬 것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잘해도 남는 게 없게 된다.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열심히 만들어 해외에 팔아도 환율 때문에 고스란히 앉아서 까먹는다는 말이다.
서민과 기업의 부담을 가장 직접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유류세 인하 등의 대책이 사후약방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책은 적기에 펼쳐야 비용도 적게 들고 효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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