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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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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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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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 중에는 문자 속이 깊은 이들이 많다. 신춘덕담이라도 주고받을 계제라든가, 이슈 촌평 같은 데서 노회한 정치인들의 문자 실력을 보아온 우리 국민이다. 그 `문자’ 지식으로 미루어 독서량이 방대하리라 짐작하면서 호주머니 속에 숨긴 송곳이 비어져 나온 것을 보는 듯한 외경심도 생기고, 때론 부럽기도 하다.
 근래 한동안 아리송한 말과 동선(動線)으로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며칠 전 한 마디 했다. 오는 12월 대선 출마 여부를 두고 세간에 이런 저런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터에 한나라당 소속 측근의원 듣는 데서 `차일시피일시(此一時彼一時)’라고 하더라는 거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란 뜻이다. 맹자 공손추(公孫丑) 편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는 명확치 않으나 듣기에 따라서는 대선 출마를 내비친 변명성 뉘앙스가 없지 않다. `당내가 복잡해서 운신하기가  힘든다’는 측근의원의 말끝을 받아 한 말이라고 하지만, `2002년 낙선 직후, 정치를 접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난봄에도 불출마를 천명하셨지 않습니까? 나선다고 하면 국민들이 납득하겠습니까?’ 따위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오히려 더 제격이지 싶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사정이 다르다는 것은 맞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세상에는 말을 번복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사실 말이다. 최근의 여론조사도 이번 대선판에 이회창을 불러내고 싶은 국민보다 더 많은 국민이 `안 된다’는 쪽에 손을 들고 있다. 이 점을 이 전 총재는 아쉽더라도 받아들여야 하리라. 어쨌거나 진즉에 이 말 몰랐던 사람들, 대선 덕에 또 한 마디 배웠다. `차일시피일시’.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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