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힘든데 자발적 강요… ‘착한 임대인’ 부담스러워요”
  • 이예진기자
“우리도 힘든데 자발적 강요… ‘착한 임대인’ 부담스러워요”
  • 이예진기자
  • 승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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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동참해달라’ 편지 발송·시장 곳곳 현수막 걸려
임대인 “참여 안하면 나쁜사람… 여유없는데 답답” 호소
23일 포항시 남구 대해시장 앞에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달라는 현수막이 게재돼 있다.
“건물주나 상인이나 힘든건 매한가지입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인데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건물주를 비판하는 분위기는 속상합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입이 줄자 힘든 상황을 이해한 몇몇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감면해주면서 시작,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착한 임대인 운동이 분명 자발적인 운동임에도 동참하지 않으면 부담을 주는 분위기는 문제라고 호소하는 건물주들도 있다.

포항시 남구 연일읍에 한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A(50대 후반)씨는 지난 12일 포항시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중소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몇 년 전부터 경제 불황으로 임대료 50%를 감면했는데 이번 사태에 또 임대료를 감면해 달라니 참 답답하다”며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착한 임대인에 동참할텐데 무언의 압박을 받는 느낌이다”며 한탄했다.

이어 A씨는 “모두가 힘든 때에 개개인의 상황을 알지도 못하고 단순히 건물 재산세를 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도 힘든 상황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만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곳곳에 ‘착한 임대료 범시민 운동에 참여합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23일 남구 대해시장 앞에도 이와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을 본 주민 한모(56·해도동)씨는 “좋은 마음으로 개인이 시작한 운동을 지자체와 정부에서 정책으로 삼는 듯이 현수막을 거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며 “자발적인 운동인데 동참 안하면 나쁜 건물주인 것처럼 해석되는 것 같다. 임대료를 감면한 사람들의 선행을 오히려 훼손시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 건물주’라는 글에 ‘너무하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릴 정도다.

한 건물주는 “대출받아 마련한 건물이라 빚을 갚고있는 상황”이라며 착한 임대인 운동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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