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김대업’- `2007년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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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김대업’- `2007년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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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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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환/언론인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2002년 대선과 올 대선이 그렇다는 것이다. 5년 전에는 `김대업 선거’였다. 김대업이 사기치고, 김대업이 주무르고 김대업이 좌우한 선거였다는 얘기다. 그의 입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두 아들 병역 의혹이 터져나오면 집권층에선 맞장구치고, 검찰이 그의 폭로를 좇아 이회창 후보를 추적하는 잘 짜인 시나리오가 2002년 대선이었다.
 김대업 사기극에 탄력이 떨어지면 `한인옥 여사 기양건설 20억 원 수수 의혹’이 터져나왔고, `이회창 후보 측근 20만  달러 수수’를 주장하는 폭로 전문가 설훈이 무대 위에 뛰어 올라가는 입체작전도 벌어졌다. 그 결과가 이회창 후보의 패배다. 선거가 끝나고 법원에 의해 김대업은 감방에 갔고, 설훈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빼앗긴 정권은 돌아오지 않았다.
 올 대선을 보자. 김대업이 김경준으로 바뀐 건만 빼면 하나 다르지 않다. 범여권이 5년 전 김대업을 `의인’으로 추어 올렸 듯 김경준을 `구세주’로 대접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 지지율이 바닥을 기자 오직 김경준만 믿는 분위기다. 차이가 있다면 김대업은 국내 사기꾼이고, 김경준은 국제 사기꾼이라는 차이다.
 김경준은 누구인가. 국내에서 금융 사기로 380여억 원의 투자자 돈을 횡령해 미국으로 도주한 악질 고등 사기꾼이다. 그의 여권이 몇 개나 되고, 그 가운데 하나는 죽은 동생 이름으로 만들어 몰래 한국을 드나들었다. 애초부터 한국에서 사기 칠 각오로 입국했다는 증거다. 운전면허증도 2개다. 위조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서울에서 횡령한 돈을 스위스와 미국에 숨겨놓고 곶감 빼먹듯 하다가 걸렸다. 그가 부모에게는 최고급 벤츠 500을 각각 한 대씩 선물했고, 600만 달러짜리 호화주택도 사들였다. 매우 악질적이다. 그에게 피해 입은 한국 투자자가 5000명이 넘는다.
 이런 그가 한국의 범여권으로부터 열렬히 환영받고 있다. 그의 입에서 `이명박을 죽이는’ 한마디가 나오기를 기도하는 분위기다. “BBK는 이명박 후보의 것” “이 후보와 에리카 김은 부적절한 관계”라는 두 마디다. 주제는 달라졌지만 5년 전 김대업이 외우던 주문과 그 성격이 하나 다르지 않다.
 김경준은 지난 5년 이상 서울 송환을 거부해왔다. 이 후보와 피해자들이 그의 송환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재판을 걸고 시간을 끌며 서울에 돌아오기를 죽기보다 싫어한 김경준이다. 또 그가 갇혀있는 LA 교도소는 호텔수준이다. 우리나라 교도소와는 수준이 다르다. 그리고 LA는 따뜻하다. 눈도 오지 않고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없다. 겨울에도 길거리에서 반팔차림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
 그런 그가 혹독한 서울의 겨울을 앞두고 제 발로 들어왔다. 발에 동상이 걸리는 한국 교도소다. 그것도 대선을  30여일 앞두고다. 분명히 뭔가 다른 `동기’ 없이는 할 수 없는 행동으로 봐야 한다. 그의 아버지는 “죽을 각오로 이명박 후보와 싸우러 간다”고 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선거를 앞두고 이 후보와 싸울 생각을 했을까? 배후에 뭔가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대선 판도는 이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구도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그는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처절한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그가 거부해도 그를 송환하는 것은 쉬울 것이다. 서울로 끌려오면 380억 원 이상을 주가 조작으로 떼먹은 그에게 기다리는 것은 10년 이상의 감옥생활 뿐이다. 그로서는 인생 “종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어떻게든 이 후보에게 타격을 주거나, 아니면 이 후보에게 유리한 증언을 통해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나타난 것은 `이명박 해코지’ 쪽이다. 이 후보가 낙선하면 살아날 수 있으리라고 여겼을지 모른다.
 5년 전 생각이 떠올라 우울하다. 도대체 우리나라 대선은 왜 인물과 정책대결이 아니라 사기꾼에 의해 좌우 되는지 기가 막혀서다. 김대업은 병역 면제를 빌미로 여자를 농락한 파렴치범이기도 하다. 김경준은 금융 사기꾼에 전문 문서 위조범이다.
 김경준보다 더 한심한 것은 사기꾼에 운명을 걸고 있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제 검찰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 사실을 밝혀 전후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미 이명박 후보에 대한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검찰이다. 냉정하고 원칙 있는 수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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