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어느 땐데 매관매직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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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어느 땐데 매관매직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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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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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도선/언론인
 
 매관매직이라면 TV 사극에서나 나오는 용어로 이해하는 게 우리네 일반 국민의 상식이다.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하위직급의 승진 과정에서 매관매직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박성철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위원장의 증언은 그래서 너무나 충격적이다.
 공노총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6급(주사) 공무원이 5급(사무관)으로 승진하려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5000만 원을 상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행정직이 그렇고 5급 자리가 적은 기술직은 1억5000만 원을 바쳐야 한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박 위원장의 증언은 굳이 검증할 필요도 없다. 그 동안 처벌받은 매관매직 사례만 해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인사 청탁의 속성을 감안하면 사건이 표면화된 경우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봐야 한다.
 조합원이 11만 명에 이르는 전국조직을 이끌고 있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경력이 30년에 이르는 박 위원장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듣기는 더욱 어렵다.   박 위원장은 1980년대만 해도 5급 승진에 500만~1000만 원이 들었으나 IMF 사태 이후 `자리 값’이 부쩍 비싸졌다며 조합원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고 실제로 이 문제를 국가청렴위원회에 설명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뇌물 승진이 성행하는 이유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쌍방향적이다.
 국회의원과 달리 후원회 등을 통해 정치자금을 모을 수 없는 지자체장으로서는 매관매직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공무원도 5급이 되면 정년이 3년이나 연장되고 급여와 연금도 늘어나니 돈을 들여서라도 승진하는 게 한참 남는 장사다.
 원래 61세(3년 연장 포함)였던 6급 이하 공무원의 정년은 IMF 사태 이후 57세로 낮아졌으나 5급 이상은 60세로 1년밖에 줄지 않았다.
 5급으로 승진하려면 먼저 6급이 돼야 하므로 7급에서 6급으로 올라갈 때에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며 다만 상납액이 5급 승진 때보다 다소 적을 뿐이라니 기가 찰 따름이다.
 지방자치제를 너무 일찍 실시한 게 아니냐는 탄식이 나오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해방 이후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고 그 때마다 공무원 사회 개혁과 부패 추방을 부르짖었어도 허구한 날 그 모양 그 꼴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매관매직은 망국의 지름길이다. 뇌물로 승진한 공무원이 일을 제대로 할 리 만무하고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들만 도태될 뿐이다.
 공노총은 매관매직이 성행하는 이유로 정년을 들고 있으나 그것은 또다른 문제다.
 정년 문제에서 억울한 점이 있다고 해도 매관매직이라는 범죄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무원사회의 자정에는 한계가 있는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
 사법 당국이든, 감사원이나 청렴위를 비롯한 감찰 당국이든, 매관매직 풍토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공노총도 적극 협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가 민간 기업의 정년 연장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공무원의 정년 연장 문제도 검토할 때가 됐다는 데에는 굳이 이의를 달 생각이 없다.
 다만 정년 연장을 외치기에 앞서 공무원들 스스로 뿌리 깊은 철밥통 의식부터 깨뜨려야 한다.
 외유성 출장이나 형식적인 연장근무 등으로 혈세를 탕진한 게 어디 한 두 번인가.
 정년 연장 요구에 앞서 생산성부터 높이려는 진지한 노력을 보인다면 국민이 먼저 일 잘하는 공무원들의 정년을 늘리자고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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