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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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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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형”! “테스 형”!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나훈아의 마지막 노래의 간절한 절규가 내 가슴 깊이 여운을 남기고 남아 있음이 이 글을 쓰게 함일까.

영국의 서양 근대 철학자 화이트 헤드(Alfred North Whiehead)는 “서양 철학은 플라톤의 각주(脚註)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그 플라톤의 스승이 소크라테스이면 서양 철학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이다. 소크라테스는 어떤 철학자일까! 그는 2000여년 전 일개의 철학자가 아니고, 생활과 철학과 인격이 조화된 철인적 정신의 하이마이트(고향)다.

그는 우매한 아테네 시민들의 모략과 모함에 걸려서 사형 선고를 받고 70세의 일기(一期)로 독배를 마시고 비장한 인생의 최후를 마쳤다.

“테스 형”을 노래로 절규한 나훈아는 그에게 무엇을 그토록 바라고 외쳤을까!?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이 은밀히 탈옥을 권유하였을 때, 국법의 신성함을 논하고 국법을 준수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임을 역설하고 ‘부정을 부정으로 갚아서는 안 된다’며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면서 탈옥을 반대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많이 벌어지는 사건의 비리 하나 하나에 큰 경종이 아닐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우리들에게 나라의 의(義)를 위해서 신명(身命)을 아끼지 않는 우국(憂國)의 의인(義人)임을 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조각가인 아버지와 산파인 어머니에게 직접 물려받은 것은 없으나 자신과 타인의 인간의 정신을 올바르게 조각함에 일생을, 아데네 청년들이 지혜와 진리라는 아들을 낳도록 정신적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부(富)도 명예도 지위도 권력도 없이 일생을 가난하게 살면서 구애받지 않고 시간,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살면서 대화의 출발점은 자기의 무지의 자각을 출발점으로 대화의 목적은 상대의 무지의 자각에서 도덕적 진리 각성을 추구시키는 데 있었다. 요즈음 모든 메스컴에서 초등학생도 웃을 논리도 이치에도 맞지 않는 무지의 언어를 구사하는 지식인, 정치인 등에게 꼭 필요한 교훈이다.

소크라테스의 일생의 사명은 아테네 시민들의 도덕적 자각을 촉구하는데 있었다. 이를 집중적표현으로 “너 자신을 알라(Know theyself)”라는 한 마디에 귀착된다. 이 말의 뜻은 인간의 오만에 대해 인간을 경계하는 말이다. 자신의 능력과 처지와 신분을 망각하고 자신의 입지를 능력에 맞지 않게 정당화, 높이려는 교만에 대해서 네 분수를 알고, 네 처지, 네 형편을 살피라고 인간을 경계하는 말이다. 이는 자기의 내면적 성찰과 자각을 촉구하는 말이며, 우리 모두가 아닌, 지위와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새겨 볼 말이다.

“테스 형” 요즈음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지?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아테네의 사랑하는 시민들아. 가장 위대하고 지혜로 인해 이름이 높은 시민으로써, 될수록 돈, 명예에만 관심이 솔려 지혜와 진리에 대해서는 마음을 쓰려고 하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자기의 명(名)과 이(利)와 욕(欲)으로 인해 눈이 어두워지는 것을 염려하였다.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점점 퇴폐와 혼란의 아테네를 바로 잡기 위해 자신의 가난을 돌보지 않고 일생을 바쳤으나 우매한 민중, 타락한 민주정치는 그들의 손으로 소크라테스를 죽임으로 진리와 정의를 함께 죽였고 아테네는 곧 멸망의 비운을 맞았다. 소크라테스를 고소한 자는 청년 시인 멜레투스, 민중 선동가 아니투스, 그리고 연설가 리콘의 세 사람은 아테네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감옥에서도 제자들과의 남긴 말들에서도 ‘사람은 어떤 경우에나 부정한 일을 해서는 아니 된다’. ‘조국(祖國)은 어머니보다도 아버지보다도 또 그 밖의 모든 조상(祖上)보다도 더욱 귀하고 더욱 중요하고 더욱 신성한 것이다. 우리는 조국을 소중히 여기고 조국에 순종해야 한다. 조국이 명(命)하는 바를 따라야 한다. 국법이 명하는 바는 진리이니까’. ‘자식이나 생명이나 그 밖의 무슨 물건이건 정의(正義) 이상으로 중요시해서는 못 쓴다’. ‘죽음을 면(免)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악(惡)을 면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조국의 중요성과 헌법의 규정을 잘 따르고 숙고하고 있는가. 음미해볼 일이다.

소크라테스는 죽음 직전 제자 크리톤에게 “아! 크리톤, 아스클레피오스(Asclepisos)신한테 닭 한 마리를 잊지 말고 선사해 주게. 내가 빚진 게 있었어.” 그 당시 그리스 사람들은 몸에 병이 생기면 아스클레피오스(醫神)에게 닭 한 마리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는데, 병이 다 나은 뒤 잊어버린 것이다. 그는 지극히 적은 부채까지도 다 깨끗이 정산을 하고 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27년간에 걸친 스파르타와의 필로폰네소스의 전투에 3번이나 사병으로 참전하여 조국 아테네를 위해 아테네의 시민으로서 의무와 사명을 다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국민의 6대 의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가!

독일의 유명한 철학사가(哲學史家) 카알 플렌더는 그의 명저 『서양 철학사』에서 소크라테스의 성격을 ‘염직(廉直), 순결(純潔), 무욕(無慾), 솔직(率直), 인간애(人間愛), 종교심(宗敎心), 애경(愛敬), 윤달(潤達), 위트, 유우며(humour)’를 들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철인 소크라테스를 머리 속에 그려볼 때 산의 준엄과 더불어 들(넓은 땅)의 자유를 가진 철인이었다.

요즈음 유행하는 말에서 처럼 소크라테스는 “이 세상 천지의 동물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즉 그대들은 개나 돼지가 돼서 다만 즐겁게 지내는 것보다. 사람이 돼서 슬픔을 가져 보라”고 외쳤다. 그는 철학은 모름지기 만인의 문제를 평의(評議)한 민중의 말로 논해야 하며 그의 생명은 철학의 이론보다 실천에 있었다. 우리는 그 실천의 자유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그의 사상은 지구 저편 조그마한 도시국가 아테네에서 출발하여 오늘에 이르기 까지 수십년, 수백년을 지나 우리 가슴에 남아 있으나, “테스 형”의 노래는 짧은 시간, 전 세계를 감동으로 울렸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어려운 세상. 내일이 두려운 삶, 권력에 취해 자유와 정의와 진리가 서서히 그림자로 변해가는 사회의 현실이 두렵고 부끄러워 “테스 형” 노래를 불렀고, 소크라테스의 정신을 이 땅에 뿌리 내리도록 부탁하기 위해 그렇게 애타게 불렀소.

나훈아씨, 당신은 언행에서 어느 누구보다 “테스 형”을 간곡히 외쳐 부를 수 있는 자격과 자질을 지닌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테스 형!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김일문 전 선린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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