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해리스가 되살린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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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해리스가 되살린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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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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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화요일(11월3일)부터 어제까지 나의 하루는 초조했다. 미국 대선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수시로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 사이트를 드나들었다. 선거 개표 초기에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가 선전하는 모습을 보고 내 가슴은 덜컥 내려앉았다. 내가 알고 있던 선진국 미국이 후진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20대 후반과 30대를 온전히 미국에서 보낸 나는, 미국이 그렇게 망가지는 것을 보기 싫었다. 인류 최초로 귀족이나 왕족이 아닌 국민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를 표방하여 건국되고, 세계의 등대가 된 미국이 ‘트럼프’라는 걸림돌에 걸려 넘어지고 있는 모습에 가슴 아팠다.

‘트럼프주의’는 트럼프가 지난 4년 동안에 미국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닌 권력남용을 통해 인류 진보를 막은 야만이다. 이 병리 현상은 미국을 인종차별, 미국우선주의, 특혜주의, 무모주의, 적자생존을 기반으로 한 부족(部族)적 이기주의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점점 빠뜨려 왔다.

트럼프주의 신봉자들은 무기를 휘두르는 백호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미국에 만연한 도덕적이며 윤리적인 문제들을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만일 트럼프가 재임에 성공했더라면 미국은 물론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에 영향을 받는 나라들, 특히 대한민국의 운명도 상상하지도 못한 불운으로 치달았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이 불법선거라고 주장하지만,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의 말은 열등 콤플렉스 환자증상과 같다. 언제나 자기자랑과 자기도취로 가득 차 있다. 그의 백악관 기자회견 내용은 자신이 패했다는 현실이라는 바늘이 부풀 대로 부풀어진 풍선과 만나 터진 애처로운 넋두리였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위대한 정치체계인 민주주의 근간인 개표를 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오늘날 독재자들은 민주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자신들이 무시해도 되는 소음쯤으로 여긴다. 트럼프는 21세기에 시대착오적인 로마황제와 같은 독재를 휘두르는 리더들 가운데 자신의 처량한 위치를 만천하에 공개한 첫 번째 인물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인류는 새로운 문명과 문화의 문법을 찾아야 하는 변곡점에 도달했다. 상향으로 치닫고 올라가기 위한 변곡점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힘과 그 힘을 떠받쳐 줄 의지가 필요하다. 여전히 트럼프주의를 신봉하는 많은 미국인이 있지만, 변곡점을 제시하고 독려한 리더가 등장했다. 미국 대통령과 부대통령 당선자인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다.

그 변곡점의 시작과 끝은 바이든의 안목이다. 리더는 그 사람이 지닌 안목이 만드는 인물이다. 안목은 누구나 보려는 것을 내가 먼저 보려는 욕심이 아니라, 남들이 이기심에 빠져 지나치는 것을 남다르게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안목은 드러난 것을 알아차리는 민첩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것, 즉 은닉됐지만 근본적이며 중요한 것을 발견하려는 인내이며 그것을 응시해 발휘하는 내공이다.

바이든의 첫 번째 안목은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선발한 혜안이다. 그는 해리스를 보수적인 미국에서 권력서열 2위 자리에 앉혔다. 해리스는 더욱이 백인 여성이 아니다. 아버지는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자메이카 출신 흑인이며, 어머니는 인도 출신 남-아시아인이다. 그는 트럼프주의의 핵심인 백호주의 정책에 맞설 바이든 철학의 상징으로, 유색인종과 다양성의 아바타다. 해리스는 자신이 부통령에 오르기까지 수고한 많은 여성의 노고를 치하했다.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른 첫 번째 여성이지만, 자신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확신에 차 연설했다.

지난주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여과 없이 방영된 혼돈, 즉 자신의 리더를 찾기 위한 다양한 국민들이 보여준 혼돈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터키, 러시아, 중국, 북한 그 외 독재국가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값진 혼돈’이다.

철학자 니체는 ‘춤추는 별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혼돈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해리스는 모든 것이 개인의 마음가짐으로 가능한 미국의 상징이다. 그는 자신과 함께 감염병, 경제적 침체, 인종주의 그리고 환경위기를 극복하고 미국의 영혼을 치료할 것이다.

바이든의 두 번째 안목은 그가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행한 첫 번째 연설에서 찾을 수 있다. 해리스의 소개를 받은 바이든은 자신의 고향인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 야외무대로 달려 나온다. 그의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79세인 바이든이 넘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리더는 자신의 영혼을 담은 연설을 통해 자신의 카리스마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바이든은 연설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영혼’을 회복하겠다고 말한다. 유물론자들에게 ‘영혼’은 보이지 않는 사치이다. 그에게 영혼회복이란 미국을 중추인 ‘중산층 재건’과 미국을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결심이다. 트럼프를 지지한 많은 사람에게 서로에게 ‘기회’를 주고 하나가 되자고 말한다.

그 기회란 ‘서로의 얼굴을 다시 보고, 서로의 말을 다시 듣는 것’이다. ‘전도서’에 등장하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지금은 “건설하고, 추수하고, 씨를 뿌리고 치유할 때”라고 말한다. 그는 이제 서로의 차이를 넘어서서 품위를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소중하게 여기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바이든 연설의 핵심은 그가 정의한 미국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미국을 ‘다양한 가능성’으로 정의한다. 가능성이란 누구나 자신의 꿈을 찾아,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희망이다. 가능성이란 현재의 자신에 안주하고, 타인과의 다른 점을 비교하고 경쟁하고, 혹은 비난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가능성이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선한 천사’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분열, 질시, 그리고 파괴를 조장하는 ‘악마’를 제어하고, 통합, 친절, 그리고 희망찬 미래를 건설하고자 하는 ‘천사’를 부추기자고 제안한다. 자신의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는 트럼프가 무슨 음모를 꾸밀지 모르지만, 미국 국민들이 바이든과 해리스와 함께 이 변곡점을 희망으로 가득한 ‘가능성’으로 만들길 기원한다.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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