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美평화봉사단원의 눈물과 은혜를 아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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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美평화봉사단원의 눈물과 은혜를 아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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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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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한국을 위해 봉사했던 미국의 한 평화봉사단(피스코) 단원이 한국 정부가 보내준 코로나19 생존키트를 받고 울 뻔했다는 기사에 독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었다.

포털인 다음에 “나도 울컥했다”는 댓글이 엄청나게 달리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기사를 퍼 나르는 등 독자들이 차분하지만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줘 필자로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사연의 전말은 이렇다. 필자는 지난 21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한 기사를 소개했다.

“코로나가 팬데믹 양상을 보이는 와중에 한국에서 보내준 생존키트는 정말 마법 같은 것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제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마치 나를 돌보고 책임지는 것 같았습니다.”

1966년부터 1968년까지 피스코 일원으로 한국에서 여고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샌드라 네이선(75)의 말이다.

현재 뉴욕에 사는 그는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함에 따라 집 밖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같은 그에게 한국에서 보내준 생존키트는 정말 하늘이 준 선물 같았다.

그는 이달 초 한국으로부터 ‘Covid-19 Survival Box’라고 표시된 소포를 하나 받았다. 소포 안에는 ‘당신의 한국에 대한 헌신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는 글이 적혀 있었고, 안에는 마스크와 화장지 등 기초 생필품이 들어 있었다.

한국이 미 평화봉사단 단원에게 보낸 코로나 생존키트 - 네이선 트위터 갈무리

은퇴한 변호사인 네이선은 50여 년 전 다른 평화봉사단 단원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춘천의 한 학교에 배정받고, 영어교사로 근무했다. 그의 나이 21세였다.

춘천은 너무 아름다웠지만 대부분 거리는 비포장도로였다. 아이들은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녔고, 어두워지면 천장을 가로지르는 쥐 소리에 밤잠을 설쳤다.

당시 한국에는 화장지도 없었다. 네이선은 피스코 동료들과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 중 하나가 화장지로 뉴스위크 종이가 더 좋은지 타임 종이가 더 좋은지였다고 회고했다.

네이선은 겨울 아침에 씻기 위해 얼음을 깨뜨렸고, 학교는 작은 숯불 난로 한 개로 교실을 데우는 슬프고도 추운 장소였다.

그러나 네이선은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과 강한 유대관계를 맺었다. 그는 한때 한국에서 만연했던 기생충 치료를 위해 가난하고 병든 소녀를 미군 의사에게 데려가 치료했다.

그 소녀의 어머니는 네이선에게 따뜻한 달걀 몇 개를 선물했다. 네이선은 “그 달걀은 학생과 어머니가 더 필요했을 텐데…눈물을 흘릴 만큼 감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지난 8월 한국 국제교류재단으로부터 선물을 보낸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녀는 그것이 단지 한국 정부의 홍보물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열고 보니 코로나 생존키트였다. 그녀는 “정말 울 뻔했다”고 NYT에 고백했다.

이 기사가 나가자 독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었다. “은혜를 아는 국민이라는 사실이 뿌듯하다” “예산은 멀쩡한 보도블록 교체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것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중 가장 많이 달린 댓글은 “나도 울컥했다”였다.

고백하건대 필자도 울컥했다. 피스코 봉사단원을 기억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네이선의 회고대로 필자도 어린 시절 겨울 아침에 플라스틱 대야의 얼음을 깨고 세수를 했고, 밤에는 천장에서 쥐가 돌아다니는 소리에 몸을 뒤척여야 했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우리를 위해 봉사해준 사람들에게 자신의 젊은 날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주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감개무량했다. 도움을 받던 나라가 도움을 준 나라에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이 통쾌하기도 했다.

갓 20을 넘긴 외국 젊은이들이 제3세계 빈국이었던 한국에 와 젊은 날을 바쳐 봉사했다.

그런데 그 나라가 50여 년 후 세계에서 잘 사는 나라 중 하나가 됐고, 특히 코로나19로 세계의 본보기가 됐다. 이 자체가 최고의 보은이다. 그들의 젊은 날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더 나아가 은혜를 잊지 않고 작지만 성의 있는 선물을 보냈다. 은혜를 베풀면 곧바로 잊어야 하지만 은혜를 입으면 머리카락으로 신을 삼아서라도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다.

우리 정부가 이 같은 한국의 전통을 실천했고, 이로써 한국인은 결코 은혜를 잊지 않는 민족임을 세계만방에 알렸다. 바로 이런 게 국격 아닐까?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럽다.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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