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와 친한 사외이사의 독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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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와 친한 사외이사의 독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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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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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창업자 저커버그가 경영한다. 저커버그는 2012년 기업공개 후에도 여전히 최대주주다. 우리 용어로 오너다. 복수의결권제도를 통해 회사 지분 28.2%와 의결권의 57.9%를 가지고 있다. 외부 누구의 조력 없이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고 성공적인 창업자의 카리스마를 가진 저명한 경영자다.

페이스북이나 국내 재벌기업들과 같이 회사가 대주주 경영자나 창업자, 그 가족에 의해 경영되는 경우 사외이사들이 경영자와의 관계에서 독립적, 나아가 비판적이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경영자가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는 물론이고 프로세스에 관여한 바가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창업자의 권위나 오너가 회사 안팎에서 가지는 사업적, 사회적 역량 때문이다. 특히 오너와의 직업상 유대관계나 개인적 친분을 통해 사외이사로 영입된 경우 그 사외이사는 오너 경영자에 독립적이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2016년에 페이스북 이사회는 저커버그가 추진한 자본구조 재편안을 폐기하기로 결의한 적이 있다. 이에 한 주주가 이사회가 계획을 폐기하는데 반대하며 제기했던 소송은 취하되었고 회사는 비용을 물어주었다. 그러자 다른 주주가 회사의 이사들을 상대로 또 소송을 제기했다. 이사회가 타당성도 없는 계획을 검토하고 결국 소송까지 당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으니 이사들이 회사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소송은 지난 10월 26일 델라웨어 주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다.

원고는 페이스북 사외이사들의 저커버그에 대한 독립성이 의심되기 때문에 법원이 주주대표소송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고는 페이스북의 몇몇 사외이사들이 자신도 창업자이고 오너경영을 하고 있어서 저커버그의 오너경영을 지지하고 있고 따라서 독립성이 결여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법원은 “사외이사는 회사를 창업자가 경영하는 것이 통상 최적이고 창업자가 경영하는 회사의 지배구조가 회사와 주주들에게 장기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준다고 믿을 자유가 있다”고 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사들이 창업자 경영이 회사에 바람직하다고 믿는 경우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물론 허용된다는 것이다.

법원은 또 벤처캐피탈이나 투자회사 소속 사외이사는 창업자로부터의 ‘딜 플로우’(deal flow)에 의존하기 때문에 독립성을 결여한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원고는 델라웨어 주 판례법이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사외이사 독립성 추정은 실리콘 밸리와 같이 창업자와 경영자들이 긴밀한 유대로 맺어져 있는 곳에서는 복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이 또한 배척한 것이다.

델라웨어 주 판례법은 특정 사외이사가 소송에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다른 이사(주로 오너)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경우 독립성 추정은 복멸될 수 있다고 한다.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란 원고가 문제 삼고 있는 특정 행위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을 지게 될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경우다.

다른 이사와의 관계가 독립적이지 못한 경우란 첫째, 그 다른 이사와 중대한 개인적 또는 금전적 관계가 있는 경우, 둘째, (그 다른 이사가 오너인 경우) 사외이사의 지위가 해당 사외이사에게 현저하고 중대한 중요성을 가지는 경우다. 법원은 5인의 피고 사외이사들을 이 기준에 따라 각각 상세하게 분석한 후 독립성을 부정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63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을 마무리 한다.

오너들은 항상 주위에 직언하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내부인들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권력자에게 하는 직언은 받아들여질지언정 화를 부르기 십상이다. 인류 역사의 교훈이다. 오너 역시 이 이치를 잘 알고 그래서 외부인이 필요하다. 사외이사의 역할이다. 그러나 사외이사도 일단 회사에 참여하면 어느 정도 내부인이 된다. 크지는 않다해도 작지도 않은 경제적, 사회적 이익이 자리에 걸려있다. 쓴소리가 이론처럼 쉽지 않고 특히 오너와 친할수록 독립성을 의심받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오너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외이사가 꼭 필요할 때 가장 편하게 쓴소리를 하거나 전달할 사람일 수 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직언과 비판을 하고 그를 기록에 남기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오너 경영자의 잘못된 결정을 어떤 방식으로라도 바로잡는 것이 목표이어야 하고 여기에 친분을 활용하는 데는 잘못이 없다. 위 판결이 확인한 바와 같이 오너와 친하다는 것을 독립성 의심으로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고 확립된 원칙과 기준에 따른 개별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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