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그레인은 영어? 이동하다? 라는 뜻 마이그레이트(migrate)에 그 어원이 닿아 있다. 이동성 동물, 또는 철새를 뜻하는 마이그런트(migrant)도 여기서 파생된 말이다. 이렇듯 편두통과 철새는 어원이 같은 말이다. 소설 삼국지에는 중요 인물 하나가 바로 이 마이그레인 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만큼 인간과 오랫동안 같이 있어온 병이고 무서운 증상이다.
철새의 계절이다. 저 멀리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겨울철새들이 부산의 낙동강 하구언 같은 우리나라 남쪽 곳곳의 수변가에 날아와 공중 군무를 펼치며 장관을 이룬다. 동천(冬天)의 철새만이 아니라 선거판 정치철새들도 덩달아 비상하며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 대선과 각종 지방 보궐선거를 며칠 앞둔 요즘, 각 후보 캠프 여기저기에 인간 철새들이 깃들기 시작했다. 이당에서 저당으로, 다시 다른 캠프로 요리조리 발을 옮기며 뱉어내는, 명분인지 변명인지 모를 개구성(開口聲)들은 논리는커녕 어법마저 아리송해 안쓰럽기조차 하다.
하늘의 철새가 조류독감을 옮길지 몰라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고 있다면, 정치철새들은 사람들에게 불쾌한 감정을 유발시켜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독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내년 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인간철새들이 아등바등 날갯짓을 퍼덕이는 올 겨울은 더더욱 스산하다. 철새를 품는 쪽에선 환영의 박수를 치지만 거기엔 필경 공천파동 같은, 편두통만큼이나 골치 아픈 증상이 잉태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들 철새들의 이동 경로를 차갑게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그쪽 동네 편두통 이환 여부를 맞춰보는 일은 구경꾼인 국민들의 몫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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