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환/언론인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얼굴이 어둡다. TV토론에서나 가두 연설 모습이 썩 호기차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15%선에서 오락가락하는 지지율 때문인지 모른다.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후보단일화와 당 대 당 통합에 목을 매다가 무산된 이후 표정이 더 무거워 보인다.
그의 지지율은 호남에서만 1등으로 나온다. 호남 출신 후보로서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영남에서 60% 이상의 지지를 얻는 것과 달리 그의 호남 지지율이 5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후보가 이곳에서 얻은 90% 이상의 득표율과는 큰 차이다. 결과적으로 호남마저 그를 외면하는 기류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정 후보는 호남을 찾았다. 목포와 광주를 누볐다. 특히 13일 광주유세에서는 광주로 오기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을 소개했다. “목포에서 시민들과 같이 `목포의 눈물’을 부르고 오는 길이라고 했더니 (김 전 대통령이) 굉장히 좋아하셨다”는 내용이다. 화두가 `김대중’과 `목포의 눈물’이다.
정 후보 지지율이 저조한 이유는 여기서도 찾아진다. 아무리 호남을 찾았다지만 정책으로 승부하는 모습이 아니다. `호남의 적자’ `호남 후보’임을 각인시키는데 진력함으로써 지지기반을 타 지역으로 확대하는데 한계를 자초한 것이다.
정 후보는 또 `경제 드림팀’ 구상을 밝히며 박태준 전 포철회장, 김재철 전 무역협회장 등의 이름을 거론했다. 집권 시 이들 경제 원로들의 조언을 얻겠다고 말했다. 특히 “(10월 15일)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 그날 밤 찾아간 곳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댁이었다”며 “대통령이 되면 도와 달라고 했다”고 비사를 밝혔다. 듣기에 따라서는 박태준, 김재철, 정운찬 같은 인사들이 자기를 돕기로 했다는 뉘앙스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누구도 정 후보를 돕고 있다거나 돕겠다고 한 사람은 없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허상을 쫓다가 시간을 놓친다는 얘기다. 도대체 지금 이 시점에 `목포의 눈물’이 무슨 의미를 갖는다는 것인가.
정 후보가 신당과 함께 BBK 김경준에게 목숨을 건 것도 허상을 쫓은 사례의 하나다. 정 후보나 신당도 김경준이 한국 투자자 5000여 명의 돈 380여억 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도망간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3년 이상 미국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김경준의 실체는 드러난다. 그런데 정 후보나 신당의 김경준에 대한 태도가 어땠는가. 사기꾼 주장을 중계방송하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죽이기가 선거운동의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경준 누나 에리카 김은 그들의 화려한 주연 아니었던가.
검찰수사에 의해 김경준의 사기극이 백일하에 드러나자 정 후보와 신당은 공황상태에 빠진 듯하다. 퇴색한 촛불시위를 주도하는가 하면 검찰을 탄핵하겠다고 몸부림이다. 김경준 면회를 위해 구치소를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그의 주장과 같잖은 메모 쪽지를 실어나르기에 바쁘다. 그런데도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그 이유는 또 있다. 정 후보는 후보경선 과정에서부터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외쳤다. 후보단일화에는 자신도 대상 중 하나다. 후보를 단일화하면 탈락할지도 모를 정 후보를 어느 유권자가 지지할 수 있겠는가. 그의 중대한 실책이다.
또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마치 스토커처럼 단일화를 졸랐다. 협상이 최종 결렬된 13일에도 `공동정부’ 운운하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단일화에 쏟은 정성을 정책발표를 통한 지지율 제고에 쏟았다면 단 몇 %라도 올랐을지 모른다. 안타깝다.
이렇게 보면 정 후보는 과거 김대중-노무현의 대선 전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것은 김대중-김종필 연대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대한 추억이다. 자력으로 정당한 승리를 하기보다 꼼수를 동원해 선거판을 휘젓자는 것이다. 또 하나 있다. 그건 김대업의 병풍사기극에 대한 추억이다. 국민들은 한번, 아니 두 번까지 속았다. 그러나 세 번 속을 국민은 없다. 그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자”는 국민들의 절규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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