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할 일이 생기면 먼저 꽃다발부터 떠올리는 게 사람들의 인습이다. 사람의 삶에 축하하고, 축하받을 일이 어디 한두번인가. 고고지성(呱呱之聲)으로 부모와 세상에게 첫 인사를 할 때부터 하직할 때까지 꽃다발로 시작해 꽃다발로 끝나는 게 인생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서도 결혼·장례식 때는 꽃다발 정도로는 안되겠다 싶으면 숫제 대형 화환(花環)을 보낸다. 내로라하는 집안의 행사일수록 화환의 행렬은 길어지게 마련이다. 허례허식 시비가 일고, 모시는 분이 보낸 화환의 위치에도 관심을 가져야하는 `아랫것’들은 속을 끓여야 한다. 그렇건만 뿌리가 없으니 금세 시들게 마련이고, 행사가 끝나면 애물단지가 되기도 하는데다 재활용 시비까지 이는 판국이니 인생사가 모두 우스꽝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천주교 신자인 어느 분의 혼사에 갔더니 예고한대로 화환이 한개도 없었다. `화환 대신 쌀’이라는 취지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꽃 없는 결혼식은 역시 생경하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많아도 탈이지만 없어도 쓸쓸한 게 꽃인가 보다. 때마침 경주시 농업기술센터가 `쌀 화환’을 개발해 눈길을 끈다. 지게 모양인 화환대에 격자형 그릇을 만들어 쌀 20㎏ 정도를 넣을 수 있게 한 구조다. 국산 쌀 소비도 촉진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고 베풀기 위함이라고 한다.
경주시가 이 쌀 화환 보급에 발 벗고 나설 모양이다. 뜻은 참 좋은데 쌀 화환이 폭넓게 자리를 잡으면 이번엔 화훼농가와 꽃집에서 울상을 짓지 않을지 모르겠다. 이래도 저래도 균형 잡기가 참 어렵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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