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쌓자 원정가는 ‘취준생의 悲哀’
  • 이예진기자
스펙 쌓자 원정가는 ‘취준생의 悲哀’
  • 이예진기자
  • 승인 2021.0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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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취업절벽에 ‘스펙전쟁’
자격증 고고익선·다다익선
하나라도 더 따야 취업 유리
코로나로 시험장 축소·연기
티케팅 경쟁, 서버 폭주까지
포항 시험장 없어 타지 원정
태백·대구行 응시생들 즐비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에 마련된 현대자동차 화상면접장. 뉴스1
#포항에 거주하는 이모(25·여·북구 양덕동)씨는 올해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취업 준비생)이다.

이씨는 매일 아침 취업 플랫폼인 ‘사람인’을 훑어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코로나19로 대기업들의 공개채용 자체가 크게 줄어든데다 중소기업 경쟁률도 예전같지 않게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취준생들 사이에선 ‘다다익선’ ‘고고익선’의 스펙전쟁이 치열하다.

다른 지원자보다 자격증 하나라도 더 많고 점수도 더 높은 것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말이다.

이씨도 가지고 있는 토익 점수를 더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최근 시험접수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포항에 시험장이 아예 없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씨는 “다음달 11일 시험 고사장을 살펴보니 경북에는 안동과 경산밖에 없었다”며 “차라리 접근성이 좋은 대구까지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대구로 접수했다”고 말했다. 토익 뿐만 아니라 스펙에 필요한 자격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씨에 따르면 이러한 이유로 또래 친구들 대부분이 서울에 가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이씨도 기회가 많은 서울에서 스펙을 쌓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며 하반기에는 서울에 올라갈 생각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취준생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해를 보내고 있다.

채용이 있어도 경쟁률이 높아 ‘스펙 전쟁’이 치열한데, 스펙을 쌓기 위한 자격증시험 응시 경쟁은 더욱 불을 뿜는다.

코로나로 각 시험장마다 수용 인원이 정해져 있어 금방 마감되고, 시험 자체가 아예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학교도 시험장으로 제공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취준생들은 자격증시험 접수를 아이돌 가수 콘서트 티케팅에 비유할 정도다.

지난달 6일에 있었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원서접수가 시작된 날에는 서버가 폭주하기도 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공무원 준비생에겐 가산점이 되는 시험이기에 더욱 몰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티케팅’에 성공해도 집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험을 치르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 포항에 사는 김모(48·북구 두호동)씨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하는 딸을 데리고 강원도 태백까지 다녀왔다.

김씨는 “자격증 시험 하나 때문에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다녀왔다”며 “그래도 경북에서 포항이 제일 큰 도시인데 간단한 자격증 하나 취득하려고 타지로 나가야 된다니 어이가 없었다”고 호소했다.

한편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주관하는 국사편찬위원회는 시험 응시 수요가 증대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지난해 5회까지 치러졌던 시험 횟수를 올해는 6회로 증회시켰다. 또 원서 접수기간을 놓친 수험생을 위해 접수 기간 종료 후 잔여 좌석에 대해서만 추가 접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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