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나타내는 표현은 많다. 그 하나가 노발충관(怒髮衝冠)이다. 노발상충(上衝)이라고도 한다. 머리털이 곤두서서 갓이 들썩일 정도이면 얼마나 부아가 치밀어오른 것인지 알만하다. 이런 어려운 한자어가 아니라도 금세 알아들을 수 있는 시쳇말이 있긴하다. `뚜껑 열린다’거니 `열 받는다’거니 하는 말이다. 속에서 끓는 열이 치밀어 오르면 들먹거리는 주전자 뚜껑이 떠올라서 생겨난 말일까.
분노가 개인 차원을 넘어서서 다중의 것이 되어버리면 중노난범(衆怒難犯)이 되어버린다. 이쯤 되면 대항 수단을 갖추기도 어렵게 된다. 포항 죽도어시장의 호객꾼들이 뭇사람의 `뚜껑”이 열리게 하고 있대서 끝없이 시비를 자아내고 있다. 주차 서비스를 한답시고 과태료를 물게 되는 자리에 세워둬 몇 달 뒤 과태료 독촉장을 받게하는 탓이다
게다가 주차위반 통지서까지 감춰버려 자동차 열쇠를 믿고 맡겼던 손님은 영문도 모르고 뒤통수를 맞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당하는 사람으로서는 그야말로 노발이 갓을 찌를 지경이다.
죽도시장은 그 명성 만큼이나 말썽 또한 많은 전통재래시장이다. 친절 대신 꼼수가 몸에 밴 탓이다. 뜨내기 관광객쯤 대충 상대해 돈만 받아내면 된다는 생각인 것만 같다. 어느 개그맨의 입담을 흉내내면 “관광객 그 까잇거 뭐 대~충…”이런 것인가. 장사 오래 할 생각이라면 중노(衆怒)가 더 끊어오르기 전에 슬기로워 지는 게 좋겠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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