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맞은 도둑’이 개망신만 당한 꼴이다. 말이 그렇단 것이지 도둑에게도 무슨 체면이란 게 있다고 `망신’을 입에 올리랴. 선악과를 몰래 딴 아담과 이브의 유전자 탓인지 인류사는 크고 작은 도둑 천지다. 국적(國賊)이 있는가 하면 빵 한덩어리에 평생 쫓겨다닌 도둑이야기도 있다. 그래서인지 영어만 살펴봐도 좀도둑을 뜻하는 sneak thief니 shoplifter 같은 것은 피식 웃음이 나오게 한다. 도둑의 본성은 동서양이 똑같구나 싶어서다.
설명절이 다가오는 탓일까. 요즘들어 신문 지면에 도둑이야기가 부쩍 늘어난 느낌을 받게 된다. 남의 차량을 통째로 몰고 달아나는가 하면 내비게이션 같은 것들만 훔쳐가는 도둑도 있다.전문화 시대가 도둑들에게도 분업을 촉진하는 것인가. 새벽녘 편의점 전문털이도 있고 암소 전문 도둑도 있다. 쇠붙이는 인기 품목이어서인지 시대의 신구(新舊)를 가리지않고 성업중이다. 공통점은 `묻지마’다. `돈되는 것은 무엇이든지’다.그 도둑 심보엔 밑바닥도 없나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농촌 노인들을 노리는 무리들이다.피해를 입은 농촌 어르신들은 놀란 가슴을 달래지 못해 시름시름 앓다가 자리깔고 눕는 일이 허다하다는 이야기다. 허술한 방범대책에 자신감을 얻은 밤도둑들이 이젠 낮도둑으로 변신한 것이다. 하기야 자고로 첫손 꼽는 전천후 도둑은 `넥타이 맨 도둑’이라고 일러온다. 이명박 정부에선 그런 도둑 때문에 가슴 칠 일 없어지려나. 아니 확 줄어들기라도 하려나.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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