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가교기간을 튼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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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가교기간을 튼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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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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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기간을 소득 흐름을 기준으로 3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주된 직장에서 소득을 버는 30년, 주된 직장 퇴직 후 완전히 은퇴할 때까지 10~15년, 완전 은퇴 후의 기간 30년이다. 중간 10~15년 정도에 해당하는 기간을 ‘소득 가교 기간’ 혹은 ‘가교 일자리 기간’이라 부른다. 가교 기간 이전은 근로소득으로, 가교 기간 이후는 연금과 금융소득으로 살아 간다. 따라서, 소득 가교 기간은 소득이라는 비행기가 착륙하는 과정이라 보면 된다.

10년 이상의 긴 가교 일자리 기간은 우리나라에 특유한 현상이다. 주된 직장에서의 근속 연수가 짧은 반면 자녀는 늦게 독립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주된 직장에서 일하는 기간이 30년 정도다. 늦게 직장에 진입하고 일찍 퇴직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대학 진학률이 낮다. 20세 정도면 직장에 들어갔다가 65세 정도 되면 퇴직해서 40년 이상 일한다. 우리나라보다 주된 직장에서 일하는 기간이 10년 이상 길다.

한편, 우리는 자녀들이 늦게 사회 진출 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시기가 늦다. 서구 사회와 비교하면 거의 10년 늦다. 이러니 퇴직할 때쯤 되어서도 자녀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대야 한다. 소득은 줄어들고 축적된 자산도 적은 상황에서 지출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우리는 외국과 달리 장기간의 가교 일자리가 정규 과정처럼 자리잡고 있다.

가교 일자리 기간의 소득 확보는 완전 은퇴 이후에 안정적 소득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5억원의 자산을 갖고 퇴직한 사람이 생활비가 매년 5천만원 든다고 하자. 만일 다른 소득이 없다면 10년 넘으면 자산이 소진된다. 하지만 근로소득으로 매년 3천만원을, 금융소득으로 2천만원을 벌면 5천만원 소득을 만들 수 있다. 4%의 운용수익률이면 자산이 줄어 들지 않고도 연 2천만원 금융소득을 얻을 수 있다. 이 사람은 70세에 완전히 일에서 물러나면 그 시점에서 5억원 자산이 그대로 있게 된다. 70세에 자산이 소진된 사람과는 노후 생활이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이처럼, 가교 기간에 자산이 줄어들지 않게 하려면 근로소득과 축적한 자산에서 나오는 금융소득을 잘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적절한 근로소득을 얻을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다만 이 시기 일자리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마치 중고차 시장처럼 내가 어떤 화려한 직장을 다녔든 간에 대충 도매금으로 취급 받는다. 양질의 일자리를 얻으려면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전문성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축적된 자산의 효율적 운용이 필요하다. 4억원의 자산이 있고 자산의 5%인 2천만원을 매년 인출한다고 하자. 2% 수익률이면 25년이면 자산이 소진되는 데 반해, 4%일 때는 자산 소진 기간이 40년이 된다. 5%이면 매년 이자 수입이 2천만원이므로 원금은 영원히 소진되지 않는다. 가교 기간은 10~15년의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운용해볼 수 있는 기간이다. 너무 안정적인 자산이 아닌 장기적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은 자산을 가져야 한다.

소득 가교 기간에는 근로소득과 함께 자산운용 수익을 높이는 것을 병행하는 양수겸장(兩手兼將)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이를 통해 축적된 자산이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전략이 잘 실행되지 못하면 자산 소진 속도가 빨라져서 완전 은퇴 기간에 소득 부족을 겪을 수 있다. 70세를 넘어 완전 은퇴에 들어가면 만회할 기회가 없어진다. 근로소득은 거의 없으며 적극적인 자산운용도 어렵기 때문이다.

풀장에 물이 빠질 때는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수위가 낮아지다가 물이 반 이상 빠져 나가면 갑자기 수위가 쑥쑥 내려간다. 풀장의 물은 축적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소득 가교 기간은 가교 기간의 소득 창출을 통해 풀장의 물이 천천히 빠지게 하는 전략이다. 70세에 풀장 물이 가득할 때와 풀장 물이 반 밖에 없을 때, 이후 물이 빠지는 속도가 다르다. 후자는 금방 자산이 소진된다.

노후파산은 그 원인이 완전 은퇴 후의 30년 기간에만 있지 않다. 소득 단계의 전반 30년, 후반 30년의 중간에 있는 10~15년을 튼튼히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특이하게 있는 가교 기간을 잘 관리해야 한다. 주된 일자리에서 완전 은퇴까지 일하는 중간 허리에 해당하는 가교 기간은 인생 이모작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축구에서 튼튼한 미드 필더를 구축한 거나 마찬가지다.

김경록 미래에셋 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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