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을 보면 7가지로 나눠 뜻풀이를 해놨다. 짧은 설명만으로는 무슨 소린지 알기 어려운 수학, 물리학 용어는 아예 뒤로 밀려나 있다. 중간 쯤엔 `조세를 징수함’ `곡물 등을 거두어들임’이란 뜻풀이도 들어있다. 실제로 예기(禮記)에도 백관에게 명하여 거둬들이기 시작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명백관 시수렴(命百官始收斂)’. 이렇듯 사전만 본다면 민의는 아무리 봐도 `수렴’할 대상이 아니다.
지난 주말 포항시는 간부공무원들이 가슴에 묻어뒀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가졌다. 5급이상 110명이 참석한 이날 대화는 자정을 넘겨 2시까지 이어졌다고 보도됐다. 이 바람에 박승호 포항시장은 본의 아닌 `외박’을 해야 했지만 `소통’이란 소득을 올린 것 같기도 하다. `할 말’하고 들을 말 듣는 분위기가 숨통을 튼 것같은 느낌이 들어서 하는 소리다. 이제껏 막혔던 대화의 통로가 확 뚫렸다면 이보다 더 큰 소득도 없을 것이다.
정도전(鄭道傳)의 삼봉집(三峯集)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웃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직언(直言)을 구하고 아랫사람은 웃사람들에게 글을 바칠 수 있으면, 막힌 것이 트이고 가려진 것이 걷히어 상하의 정이 통하게 될 것이니, 무슨 선행이 빠지며 무슨 원통이 풀리지 않겠는가.”
문제는 이 지당하신 말씀이 담배연기 날아가듯 하는 일이 너무도 흔하다는 것이다. 이런 대화자리를 가졌다는 것에서만 뜻을 찾게 되는 일이 굳어진 현상이 되고 만 사례가 곳곳에 너무도 많다는 이야기다. `수렴’이건 `수검’이건 포항시가 주시의 대상이 되길 자청한 셈다. 그러니 관심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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