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선생도 자신없는 영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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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선생도 자신없는 영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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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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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의 고통을 가중하는 교육제도
 
 배진영 (인제대 교수)


 작년 고려대학교 총장 예비선거에서 어윤대 총장이 부적격자로 탈락했다. 영어 강의를 고려대 교수들에게 강요하였고 그 결과 교수들이 크게 반발하였다고 한다. 우리말에 익숙한 나이든 교수들에게 우리말 대신 영어로 사고하고 표현하라 했으니 어찌 반발이 없지 않았겠는가. 그들은 대학 교육에서도 전문 지식보다 영어 습득을 더 우선시해야 하는 풍토를 개탄하였을지 모른다.
  한국에서 영어 교육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영어만을 위해 눈물 흘리면서 어린 자식을 외국으로 떠나보내는 부모들이 있는가 하면, 외국으로 떠나보낼 형편이 못되는 부모들은 한국에서나마 자식의 영어 교육을 위해 헌신을 다한다. 영어 교육에 대한 눈물겨운 헌신은 자기 자식이 커서 대우받고 살려면 영어가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기 전에 세계화에 적응하려는 자발적 노력을 우리 사회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네 자식들의 영어 실력이 형편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우리 언어 구조가 영어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유를 우리 교육제도에서 찾고 싶다. 교육제도가 어떠하냐에 따라 온 국민이 매달리고 있는 영어 교육의 수고를 덜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이런 시스템적 문제를 개선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큰 잘못이다.
 자녀 영어교육에 대한 사회 인프라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영어학원은 널려 있어도, 내 자식 영어실력 향상을위해 정성을 바치는 영어학원은 찾기 어렵다. 공교육이 실시하는 영어 교육은 미덥지 않다. 일주일에 고작 1시간 20분 하는 초등학교 영어시간으로 내 자식이 영어를 조금이라도 구사할 수 있을지는 가르치는 선생들도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일주일 168시간 중 영어 단어를 떠올리는 시간이 고작 1시간 20분이고 나머지 166시간 40분은 한국말에 묻혀 있다면 어떻게 영어 구사가 가능하겠는가.
 우리나라에는 경제자유구역이 부산, 인천, 광양 3 군데가 있으며 국제자유도시가 제주 한 군데 있다. 이 지역들에는 외국교육기관 설립이 가능하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이들 중 외국교육기관 유치가 활발히 진행되는 곳은 인천뿐이다.  이유는 외국교육기관 설립에 관한 까다로운 규정 때문이다. 자국 송금 문제는 해결되어 가고 있지만, 학생 정원에 관한 규정이 인천 외 지역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 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 중 학생 정원에 관한 7조 3항의 시행령에 의하면, 내국인은 설립 후 5년까지는 재학생 수의 30% 범위 안에서 그 후에는 10% 이내에서 입학 가능하다. 따라서 외국인학교 설립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 외국인 자녀가 많이 거주해야 한다. 인천만이 외국교육기관 설립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인천의 배후지역으로 서울이 떡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내국인 비율을 제한하는 이유는 그것의 설립 취지가 투자를 위해 해당 지역에 들어올 외국인 자녀들의 교육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표면적인 그 이유 밑에는 교육을 개방해서는 안 된다는 동일한 명분들이 숨어 있다. 그러다 외국교육기관이 들어서지 못하고 이것이 외국인 투자를 부진케 하는 이유가 되면 어떻게 하겠는가. 외국교육기관의 유치를 상주할 외국인의 교육서비스 제공이라는 차원을 넘어 그 자체가 하나의 투자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학에 자질이 있는 학생도 있고 그렇지 못한 학생도 있다. 직장도 영어가 능통한 자를 원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영어 구사에도 일상 회화만을 요구하는 집단이 있는 반면 아주 전문적인 영어 수준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깨닫고 자신만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경쟁시스템을 교육에도 도입한다면, 우리 모두가 영어 때문에 겪는 고난과 고통을 덜 수 있다. 이와 함께 영어를 그다지 필요하지 않는 직종까지 취업기준으로 무작정 높은 영어 수준을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폐단도 자제해야 한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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