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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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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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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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근 의학박사
 
 여름철 무더위는 단오와 하지 무렵부터 시작하여 유두(流頭·24절기에 들어가지는 않아도  음력으로 6·15일을 말한다) 에 이르기까지 기승을 부린다.
 유두는 한문에 나타나 듯 맑은 개울에서 목욕을 한다는 뜻이니, 특히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뜻이 담겨져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 이라는 말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이 유두를 정점으로 백중(百中) 을 지나면 더위도 한풀 꺾인다. 어쨌든 본격적인 무더위는 아무래도 초복에서 말복 까지 소위 삼복(三伏) 이 들어 있는 때가 절정이라 하겠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흔히 `삼복더위’ 라고 한다. 이 무렵 장마도 그치고 무더위가 본격 시작된다. 더위가 피크에 이르면 마당 한 가운데 바쁘게 돌아다니던 강아지도 혀를 길게 늘어 빼고 `느리 침’을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사람과 짐승할 것 없이 그늘 찾기에 바쁘다.
 한가로히 모시 날개로 공중을 날던 잠자리도 축 늘어진 호박잎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공중에 바람 한 점 없이 숨이 헉헉 막히는 여름 한나절은 하늘이 파란 코발트색이 아니라 그 옛날 양가집 규수가 왼손 약지에 끼웠던 옥가락지처럼 오히려 희미한 옥색에 가깝다. 그야말로 하이 눈(High noon)이다.
 집에서 가만이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쉴 세 없이 등을 타고 줄줄 흐른다. 만사가 다 귀찮다. 이때는 무슨 일을 해도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그냥 쉬라는 암시다. 이땐 앞이 활짝 열리고, 흐르는 물이 보이는 언덕바지 큰 나무 아래서 돗자리를 펴놓고 낮잠 자는 것이 최고다.
 동남아 아열대 기후의 영향을 받는 월남, 필리핀, 태국 같은 나라에서도 한낮 기온이 가장 높이 올라갈때  한 두 시간은 쉬는 것(씨에스터타임)이 공식화 되었다고 알고 있다. `쉴 휴(休) 자는 사람(人)+나무(木)’ 를 합한 글자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의지하고 쉼을 얻는 곳은 오직 자연뿐이다.
 이 또한 극히 자연적인 자연의 이치이다. 요사이 조금 여유가 생기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여염(閭閻)에서 함께 사는 것을 원치 않고 마음이 서로 맞는 몇 사람끼리 전원주택을 짓고 통나무집(팬션)을 지어 마치 새 들이 정답게 떼 지어 모여 살듯 나무 아래로 모여든다. 요즘 사람들은 방마다 돌아가는 선풍기, 냉장고, 에어컨으로 무더위를 식히고 쫓는다. 그러나 그 옛날엔 더위를 이겨낼 별다른 방법이 있었을 리 만무했을 것이다. 남자들은 밤 낮 가리지 않고 등 목욕이 가능했겠지만 아낙네들이야 저녁 야음을 타서 우물가나 개울을 찾아 물 몇 바가지를 뒤집어 쓰는 것이 전부였을 터이고, 죽부인, 얕게 쪼갠 등나무로 만든 팔등 토시, 적삼 안에 입는 등등거리 들이 우리 조상들의 멋과 여유였을 터이다. 특히 부채는 서민 양반할 것 없이 필수품이다. 손쉽게 가지고 다닐수 있는 부채는 풍류와 인정이 담긴 글과 묵화를 쳐서 `불타는 내 마음을 알아주라’고 보낸 선면(扇面) 위의 그림엔 모닥불이 타오르는 원두막을 그렸을까. `빙호지심(氷壺之心)’`빙호추월(氷壺秋月)’ 이라 적어 깨끗하고 맑은 자기만의 플라토닉 러브와 진심을 고백 했을까. 그저 생각해 볼 뿐이다. 사랑도 좋고 진심도 좋지만 땀방울이 쉼없이 흘러내린 육체에는 몸보신 보다 더 나은 것이 또 없었을 것이다. 예로부터 삼복더위는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다스렸으니 요새말로 삼계탕이라 하지만 원래는 계삼탕(鷄蔘湯) 이요, 또 구탕(拘湯) 이다. 그때나 이때나 입맛은 변치 않았나 보다. 소위 현대어로 보신탕이 단연 선두다. 옛 문헌에도 보신탕은 음력 유월 복날 절식(節食)으로 기록 되어있으며 농가월령가에는 `여름에 며느리가 친정에 갈 때 개를 잡아 술병과 함께 들고 갔다’라고 쓰여 있다고 한다. 여자들도 이열치열을 뒤질세라 이 더운 날씨 속에서도 찜질방에 친구들과 모여 앉아 돼지 삼겹살로 몸보신을 한다 하니 하기야 아무리 더위가 심하다 한들 막 끓여 놓은 삼계탕과 개(犬)다리 보다 더 뜨거울 소냐.
 수박도 오미자도 한 여름 기호 식품이지라지만 남정네들에게는 보신탕 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 상 싶다. 요사이 중국개가 수입이 금지 되었다고 한다.
 신토불이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올 여름 개(犬) 씨 말리지는 않을까. 삼복더위에 죄 없는 토종개들 `복 날 개 맞듯’ 할 것 같아 걱정이 하나 더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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