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길조(吉鳥) 대접을 받아온 까치다. 늦가을엔 감나무 꼭대기에 열린 감은 아예 까치 차지다. 그 이름도 `까치밥’이 아니던가. 사람과 까치의 넉넉한 공생관계가 느껴지는 정경이다.이렇게 따뜻하던 사람과 까치의 관계가 언제부터인가 꼬이기 시작하고 있다. 도시는 도시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까치를 바라보는 눈길이 싸늘하게 바뀐지도 이미 오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은 까치가 사람에게 입히는 피해 규모가 너무 큰 데 있다.지난해만 하더라도 까치는 427억원에 이르는 경제손실을 끼쳤다는 게 환경부의 집계다. 전봇대 위에 집을 짓고 살아 사고를 일으키고 농작물에도 피해를 입힌 누계가 이렇다. 야생 조수로 말미암은 피해를 이야기하면 멧돼지가 먼저 떠오르는데도 까치와 견주면 뜻밖에도 피해가 적다(?). 멧돼지 피해는 65억원이라니 그렇다. 전국 피해액이 614억원 규모이고 보면 까치와 멧돼지가 피해액만도 80%대를 차지한다는 계산이다.
사냥 규모에서도 까치는 단연 앞선다. 지난해 야생조수 포획실적 49만4000마리 가운데 까치가 41만6000마리다. 예기(禮記)에 천자, 제후, 대부, 사(士)의 사냥 예절이 나온다. 어느 쪽이 됐건 한꺼번에 다획(多獲)하지 않는다는 게 그 뼈대다. 이 사냥 예절을 오늘날 유해조수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하기야 수렵장에도 제한이 있기는 하다.
까치의 위상 추락을 보면 정치인의 인기라는 게 떠오른다. 덧없기가 아침이슬 같다는 데도 국회의원 후보 공천경쟁이 뜨겁기만 하다. 죽을 쑤고 있는 한나라당은 인기를 되찾을 수 있을 건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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