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도심 차량 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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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도심 차량 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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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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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바닥에 벌렁 누워버린 트럭, 산골짜기에 곤두박질친 지프차…. 한국사람들이 이렇듯 망가진 자동차들을 가장 많이 본 때가 아마도 6·25 전쟁 통이었지 싶다. 운전사가 부러움의 대상이던 때였으니 귀중한 자동차들이 쓰레기 널브러지듯한 모습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었다. 박경리의 `시장과 전장’에 실감나는 대목이 나온다. “불기둥을 올리며 트럭이 불타고 있었다./…/전투기가 날아내리고 날아오른다.”
 그때는 전화(戰火)탓으로 돌리면 그런가보다 여기고 넘어갔다. 몇십 년 뒤 집집마다 차 한 대 정도 없는 집이 드문 세상이 되자 신종 범죄가 고개를 들었다. 남의  차에 불지르기다. 남의 차량에 흠집내기는 시기심을 못이긴 심술이랄 수도 있지만 불지르기는 다르다. 봐줄 여지도 없는 범죄다.
 이 범죄 행위가 포항에서 꼬리를 물고 있다. 최근 나흘동안 3곳에서 차량 4대가 불탔다. 포항 남구와 북구를 넘나들며 문짝을 뜯어내면서까지 불을 지르고 있다. 범죄 장소도 한결같이 아파트주차장, 주택가다. 자신의 대담성을 높이 사달라는 치기(稚氣)일까. 그 속을 알수가 없다.
 포항의 차량 불지르기를 지켜보느라면 대구가 떠오른다. 지난 연말엔가 범인이 결국 잡히긴 했지만 그가 저지른 연쇄 차량방화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속을 끓였던가. 피해 시민들은 날벼락을 맞은 꼴이 돼버렸고, 경찰은 경찰대로 무능하다는 핀잔을 들어가면서 고생도 숱하게 했다.
 범죄도 옮는 게 속성인가. 대구에서 걸핏하면 일어나던 차량방화 불길이 이번엔 포항으로 옮아붙었다. 대구 경찰이 그랬듯 이젠 포항경찰이 고생 많이 하게 생겼다. 범죄는 언젠가 꼬리를 잡히게 마련이다. 범인은 결국은 잡히고 만다는 사실을 왜 잊고 자신만은 예외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 “어릴 때 새 집을 다친 놈은 늙어서 마을을 태운다”는 스웨덴 속담이 있다. 일을 더 크게 벌이지 말고 `자수해서 광명 찾는’길을 밟는 게 낫겠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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