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경
노을이 꽃물로 흘러간다
씨를 묻은 적도 없고 물을 준 적도 없지만
꽃은 저녁 하늘에 물든다
날개가 활발한 계절에 더 많이 피어나는데
노을이 붉은 건 투명함에 부딪혀
죽은 새를 조문하며
누군가 붉은 꽃을 들고 무음으로 울었기 때문이다
벽은 새를 쉽게 받아들이고
물고기는 바다의 투명함에 흡수되어 산다
이 죽음은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경고였다는 것을 죽은 새만 모른다
검정 밑줄처럼
핏물의 문을 방금 비껴간 행렬이다
밑줄에서 노을처럼 연주되는 레퀴엠
도대체 누가 슬픔을 투명함으로 치환하는가
제9회 《시인광장》 신인상 수상
시집 『딸기 독화살개구리』
2023년 경기문화재단 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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