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혁신위 회의 직후 그동안 ‘권고’에 그쳤던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를 ‘공식 안건’으로 당 지도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해달라고 배수진을 치며 최후통첩까지 감행했다. 혁신위원들도 다음 회의 날짜를 잡지 않는 등 조기 해산 수순을 모색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혁신위가 제안한 2~5호 혁신안에 대해 지도부는 “향후 당 공식기구에서 논의될 내용”이라는 취지의 소극적 답변을 거듭하면서 시간을 끌어왔다. 인요한 위원장은 김기현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던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도부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의 행간에도 혁신위의 요구를 ‘월권’으로 보는 섭섭한 감정이 빼곡하다.
중요한 것은 당 지도부를 비롯한 국민의힘 핵심들이 벌써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참패 충격을 다 잊은 듯하고, 내년 총선의 엄중함을 망각한 듯 긴장감을 내려놓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냉랭한 민심의 실상을 확인한 여당이 부랴사랴 출범시킨 비상한 대책이 ‘혁신위’였다는 사실마저도 다 잊어버린 듯한 분위기는 참으로 한심하게 비친다.
작금의 정치권 균형은 결코 정부·여당이 잘해서 얻어진 결과가 아니다. 워낙 많은 악재를 떠안고 있는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좌충우돌하는 탓에 생긴 일종의 착시현상일 따름인데, 그 엄혹한 현실 인식을 놓친 방종으로 읽힌다. 특히, 국회 독주를 거듭하는 절대다수당 민주당의 힘 자랑을 가벼이 여기는 듯한 여당의 느긋한 표정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많은 이들이 지금 정도의 결기로는 여당이 내년 4월 22대 총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절대로 없다고 단언한다. 거칠고 조급한 측면이 있더라도 혁신위의 요구에 성의를 보여야만 한다. 이대로 혁신위마저 흐지부지되고 민심이 더 돌아선다면 윤석열 정부도 국민의힘도 희망이 없다. 혁신안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투영된 민의를 깊이 읽고 성심껏 반응해야 한다. 국민의 인내심이 막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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