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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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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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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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2시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만큼 술 취해 돌아온 남편에게 아내는 “누가 이렇게 술을 권했는가”고 묻는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남편은 “조선사회가 술을 권한다”고 대답한다. 남편은 붙드는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 또 집을 나선다. 아내는 멀어져가는 남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그 몹쓸놈의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라며 절망을 되씹는다.
 대구출신 빙허(憑虛) 현진건(玄鎭健)의 주요작품 가운데 하나인 `술 권하는 사회’의 줄거리 일부다. 1921년 `개벽’을 통해 발표한 작품이다. 작품에서 순종형 아내는 일제치하 지식인 남편의 고뇌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사랑하는 남편에게 술을 권하는 사회가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다.
 이번엔 H.W.그레디의 입을 통해 술에게 삿대질을 해본다. “술은 평화와 질서의 적이요, 부인의 공포요, 귀여운 어린이 얼굴의 구름이요, 언제나 무덤을 파는 자요, 어머니의 머리를 세게하는 자요, 슬픔으로 무덤으로 가게 하는 자이다.” 물론 그의 술 규탄은 이어진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 8%를 과음자로 분류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안산병원 박종태·전형준 교수팀이 성인 남녀 4000명 안팎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들 남성은 알코올 20% 소주를 하루 평균 5잔이상 마신다는 것이다. 2.5잔 이상을 마시는 여성은 1.8%다. 과음으로 말미암은 사회경제 손실은 20조990억원이라고 한다. 술 권하는 사회의 현주소다.
 일제시대의 아내는 `술 권하는 사회’를 원망했다. 요즘의 아내들은 `술 권하는 직장’을 원망하고 있을 것 같다. 술꼬가 터지기라도 한듯 지나치게 마셔댄 결과 건강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마치 술을 못마시면 무능력자인 듯 바라보는 직장문화는 이제 바로 잡을 때도 됐다. 나이들면 자기 책임아래 마시게 하는 분위기가 용인되니 그나마 다행인가? 억지로 먹여서 `일’치를까봐 그러는 것이겠지만.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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