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창업 - 폐업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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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창업 - 폐업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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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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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生計)는 `살아 나갈 방도’다.국어사전의 뜻풀이가 그렇다. 생계비니, 생계 무책(無策)이니 하는 말의 뜻도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바닥생활의 모습이 당장 떠오른다. 비어스의 `악마의 사전’을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가난을 없애겠다는 계획의 숫자는 가난으로 하여 고통받는 개혁주의자들의 숫자에다 가난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철학자들의 수효를 보탠 것.”
 남을 헐뜯으려드니 그렇지 옛날 철학자들이 듣는다면 매우 섭섭해 할 험구다.가진 것이라곤 통 하나 뿐이었던 옛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스승 안티스테네스 또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등에 자루를 메고는 거지행세를 하며 진리를 탐구한 초세속(超世俗) 철학자였다고 소개돼있다. 철학자는 아니지만 피카소가 고양이가 물어온 소시지를 나눠먹은 일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사르트르가 `악의 성자’라고 부른 장 쥬네는 시골 성당 헌금함에 끈끈이를 넣어 붙어나오는 빵값 몇푼 이상은 욕심내지 않은 사람이었다.
 대구·경북지역의 도소매·음식숙박업소가 지난 상반기에 39.2%나 늘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분석이다. 이른바 `생계형’으로 불리는 업종의 창업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 아니라고 한다. 특별한 기술도, 경험도 없이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벌여보는 창업이어서 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는데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등지는 까닭이다.
 그런가하면 포항에선 식당업계의 폐업이 도미노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포항지역 전체 식당 6700여개 가운데 505개가 올 상반기 중에 휴·폐업했다. 줄잡아 2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는 생계형 창업보다도 더 고약해 보인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지만 요즘 세상엔 새로운 버전이 나와야 한다. 일자리 만들기는 생계형 영세업자의 책임이 아닌 까닭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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