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하나인 신윤복을 남장여인으로 그려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바람의 화원’을 두고 논란이 일고있다.
아무리 `허구’에 기초한 드라마라도 성별을 바꾸는 것은 지나친 역사왜곡이라는 주장과 예술의 표현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위원장인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29일 백번 양보해도 남자를 여자로 그리는 건 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헌 기록이 부족한 경우 작가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신윤복이 남자라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명명백백한데 아무리 돌아가신 분이더라도 성별을 바꾸는 게 온당하냐”고 반문했다.
안 위원장은 “국민에게 역사를 알게 하려면 그 작업을 제대로 해야지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예술학부의 정진수 교수도 바람의 화원이 사실성을 추구한다고 표방하면서 왜곡을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드라마 전개과정에서 이 드라마가 픽션이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다면 역사적 사실보다는 극적인 상상력이 더 중요하지만 제작진이 역사 알리기라는 교육적 차원도 배제하지 않은 채 사실과 다른 내용을 첨부한다면 심각한 왜곡을 저지르는 셈”이라며 “문제는 이 드라마가 전개과정에서 역사적 사실묘사도 배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성봉 경기대 다중매체학과 교수는 신윤복을 여자로 부각한 점은 그의 그림 속에 담긴 에로티시즘을 포착하는데 효과적일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높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김홍도에 비해 덜 알려진 신윤복을 조명하는 것은 바람직한 시도라며 “논픽션인 다큐멘터리도 최근에는 픽션으로 가는 경우가있다”며 “이번 드라마가 그간 조명받지 못한 신윤복에 대해 최소한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해 줬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신윤복 회화 전문가인 이원복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어차피 허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이기에 남장여인 설정은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19세기 초에 왕 앞에서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장면은 당시로서는 있을수 없는 일이며 이 같은 장면은 무의식 중에 시청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소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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