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에 대한 포항시 관계자의 말은 구차스럽기까지 하다. 무인민원발급기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좋으면 매출도 늘고 포항시는 예산도 아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야기다. 쌍방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서 추진했다는 것이지만 업체들의 거부로 체면만 구긴 꼴이 되고 말았다. 포항시가 대형 유통업체들의 판매액을 걱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 걱정해야 할 대상은 오히려 따로 있음은 포항시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포항시는 업체들에게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니고 의사를 물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포항시 관계자의 직인까지 찍힌 공문을 누가 의사 타진용이라고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이런 형태의 협조공문을 띄우려들면 끝도 없을 것이다. 그 화살은 결국 누구에게 되돌아올 것인가.
포항시 관계자는 예산 절감을 내세웠으나 새해 예산만 하더라도 1조 원을 넘어서리라는 관측이다. 포항시 예산이 1조 원대를 기록하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이런 예산을 운용하게 될 포항시가 1억2000만 원을 아끼려고 민간 업체에 손을 벌리는 인상을 심어준다면 얻은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아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협조공문의 남발은 민폐와 직결된다는 인상부터가 그런 것이 아닌가.
포항시는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다. 따라서 모든 면에서 주목받는 도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내년도 SOC(사회간접자본시설)예산을 지방에 나눠주는 과정에서도 포항은 주목의 대상이었다. 포항이 집중지원을 받는다는 투다. 경북이 교통오지이고 포항은 경북 제1의 도시로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애써 눈감은 공격이다. 그러니 단지 대통령 배출도시라서 예산이 많이 배정됐다는 단세포 논리가 가능한 것이다.
수박 겉핥기 같은 논리를 펴는 쪽을 야박하다고 탓하기에 앞서 포항시가 좀 더 세련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지자체들은 무인민원발급기를 호평 속에 설치하고 있는데 왜 유독 포항시만 의구심을 품게 하는 짓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사려 깊은 행정을 펼쳐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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