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시대의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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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시대의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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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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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에 양수(楊修)란 인물이 나온다. 조조가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졌다가 마침내 `계륵(鷄肋)’이라는 애매한 명령문을 내리자 그것이 곧 `포기하고 철군하라.’는 뜻임 알아차렸다는 그 유명한 계륵 고사의 주인공이다. 조조는 양수의 재능이 두려워 나중에 그를 베게 되는데, 그 후 그 아비 양표(楊彪)가 조조에게 “소인은 선견지명도 없었고 `지독지애’도 없었던 점이 한스러울 뿐입니다.”고 아뢰었다. 자식에게 자신의 재주를 숨기는 지혜를 가르치지 못했다는 회한이었다.
 어미소가 송아지를 사랑하여 혀로 핥아 준다는 뜻의 한자어가 `지독지애’다. 어버이의 자식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혀로 제 새끼 핥아주는 어미소의 사랑에 비유한 말이다. 참 평화로운 광경을 떠올리게 하는 낱말인데, 비슷한 말로 '연독지정]이란 말도 있다. 이는 자식이나 부하에 대한 자기의 지극한 사랑을 남에게 이야기할 때 스스로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지만, 둘 다 거의 같은 말로 친다.
 인간세상에서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지독지애, 연독지정 그 이상이면 이상이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오늘날 자식에 대한 과잉사랑이 교육적으로나 자식의 올바른 인격형성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너무 얼러 키우면 후레자식 된다.”는 말이 나온 것도 그런 배경일 것이다.
 그런데 부모의 지독지애를 받기는커녕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동들도  많은 게 또 우리 사회다. 지난 19일 세계아동학대예방의 날을 기하여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200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아동의 수를 집계했더니 2만9544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한창 지독지애를 받고 커야할 아동들이 이렇게 많이도 부모에게 두들겨 맞고 굶겨지면서 살고 있다니, 대명천지 너나없이 언필칭 인권을 들먹이는 이 시대 한국의 실상이 이렇다. 세상은 참 고르지 않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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