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쿠데타’가 세계 공통의 용어가 된 데에는 연유가 있다. 그 전형적인 예가 1799년 11월 프랑스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통령정치(統領政治)를 폐지하기 위해 의회에 대해 감행한 무력 쿠데타였던 것이다. 또 나폴레옹 3세는 1851년 12월 의회를 무력으로 해산하고 대통령 임기를 10년으로 연장한 다음, 이듬해 황제가 되었다. 여기서 프랑스가 근대 세계 정치사에서 쿠데타의 본산지쯤으로 되어 프랑스어 `쿠데타’가 세계 공용어가 된 것이다.
세계사에서 이른바 `성공한 쿠데타’들을 가만 되짚어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언뜻 보기에 성공한 것 같지만 긴 호흡으로 보았을 때 그 성공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로 귀결되었다는 점이다. 쿠데타와 집권으로 화려한 한때를 보낸 나폴레옹 1세도, 3세도 모두 말년까지 화려한 권좌에서 편안한 최후를 맞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세계 역사는 생생히 전하고 있다.
쿠데타의 본고장에서 그 성공이 영원하지 못해서일까. 한동안 잘 나가던 5?16세력도 결국은 피를 흘리는 것으로 마감했고, 12?12쿠데타로 영원히 떵떵거릴 것 같던 1980년의 신군부 독재도 기껏 13년여 만에 심판을 받았다. 사람들은 한동안 그들을 성공한 쿠데타의 주역으로 알았지만, 역사는 영원토록 가만 놔두지를 않았던 거다. 어쩌면 처음부터 성공이란 있을 수 없도록 저주를 받은 것이 쿠데타인지 모른다. 그런 뜬금없는 생각을 오늘 12·12쿠데타 29주년을 맞으며 가져보게 되는 것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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