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파에 유행어도 겨울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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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파에 유행어도 겨울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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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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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부터 드라마까지 독설·허세 대세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따른 한파에 대한민국 연예계도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그래서인지 돌이켜보면 2008년 한 해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캐릭터, 그들의 유행어도 봄이 아닌 겨울을 닮았다.
 날씨가 추울수록 독한 술을 찾듯이 올해 연예계에서는 유달리 독한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었다. 오락프로그램에서는 물론 드라마에서도 독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웠고 그들이 내뱉은 말들도 독할 수 밖에 없었다. 또 연예계 사건, 사고와 관련해스타들이 내뱉은 말들도 독했다.
 어려운 세상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일까. 인간의 허영과 허세를 꼬집어 공감을 이끈 유행어와 대사들이 유독 많은 한 해이기도 했다.

 ◇`독설’의 절정 “똥덩어리!”
 TV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이처럼 강력한 독설을 퍼부은 적이 있었던가.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김명민은 나이 지긋한 오케스트라 여성 단원에게 거침없이 “똥!덩!어!리!”라고 일갈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김명민이 쏘아붙이는 `똥덩어리’,`쓰레기’와 같은 직설화법은 시청자들에게 거부감보다는 쾌감을 전했다.
 `똥덩어리’ 한마디에 `강마에 신드롬’을 일으킨 김명민의 캐릭터가 고스란히 묻어났고 이 말은 동시에 2008년 연예, 방송계의 유행어를 압축해 보여주는 키워드였다.
 SBS 드라마 `온에어’에서도 극중 도도한 톱스타 오승아(김하늘)는 첫 회 “대상에 공동이 어딨어? 이게 개근상이야? 선행상이야?”라며 공동수상을 거부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독설을 퍼부어 인기를 모았다.
 드라마 속 `독설’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면 오락프로그램은 독이 독을 더해 독 없이는 반응이 없을 정도로 강도가 강해져만 갔다.
 유행어의 산실인 KBS 2TV `개그콘서트’만 봐도 이러한 특성이 드러난다. `왕비호’ 윤형빈은 “누구?”라며 톱스타들을 무시하는 개그로, `준교수’ 송준근은 “우쥬 프리즈 닥쳐줄래?”를 외치며 인기를 모았다.

 ◇`허세’ 작렬 “미세스 문-”
 별다른 대사 없이도 우아함이 넘쳐 흐르는 장미희가 특유의 고고한 목소리로 외치는 “미세스 문-”은 `허영’의 결정체였다.
 KBS 2TV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공주’처럼 살아가는 은아의 캐릭터를 간단히 설명하는 이 한마디의 유행으로 미세스 문 역을 맡은 연기자 김희령이 주목받았을 정도였다.
 과거 `사모님’ 김미려의 “김기사-”처럼 아랫사람을 부르는 이 목소리는 은아가 자신의 `고매함’을 드러내는 주문이자 자기 최면이었다.
 시청률 40%를 돌파한 인기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덕에 제목에 사용된 `뿔났다’가 유행어로 재발견되기도 했다. `성이 나다’라는 뜻의 이 말은 일상 생활에서 점점사용 빈도가 줄고 있었지만 김수현 작가에 의해 부활에 성공해 다시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허세 코드는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달인’의 유행어도 만들어냈다. 16년 동안 어떤 일을 계속해왔다며 믿기 어려운 능력을 자랑하는 달인은 “-해봤어요?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라며 의혹을 차단한다. 김병만, 류담, 노우진이 활약한 `달인’의 인기와 함께 이 말은 곳곳에서 응용되며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신상녀’ 서인영도 `허세’ 바람에 일조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결혼했어요’에서 서인영은 `신상품’을 뜻하는 “신상”을 유행어로 만들며 젊은 여성들의 명품 구두 구매 심리를 자극했고 `신상’은 새로운 제품을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됐다.
 
   ◇“-되고”에서 “-뿐이고”까지
 CF계에서 올 한해 최고 유행어는 단연 `생각대로 하면 되고’의 “-되고”였다. 한이동통신업체 CF의 대규모 물량공세와 톱스타들의 릴레이 출연, `되고송’이라 불린 CM송까지 절묘한 삼박자를 이룬 가운데 “-되고”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며 인기를 끌었다.
 “-되고”가 어려움에 부닥친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유행어였다면 최근에는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는 안상태의 “-뿐이고”가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기자로 분한 안상태가 취재 현장에 나갔다가 절박한 상황에서 하소연하는 상황에서 쓰이는 말로 네티즌 사이에서 폭넓게 활용되며 하반기 최고 유행어로 떠오르고 있다.
 이 말을 빌려 올해 뚜렷한 유행어를 만들어내지 못한 한국 영화계의 현실을 보자면 “꽁꽁 얼어붙었을 뿐이고”이다.
 그 중 각종 영화상을 휩쓴 `추격자’는 극중 엄중호(김윤석)가 연쇄살인범 지영민(하정우)과 처음 마주쳤을 때 외치는 대사 “4885 너지?”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올해 최고 흥행작답게 제목의 `놈놈놈’을 패러디한 각종 시리즈를 낳았다. `놈놈놈’의 O.S.T에 아이스크림 `빠삐코’ 캐릭터를 합성한 `빠삐놈’ UCC가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예인 기자회견도 `직설화법’
 직설화법이 유행한 올해 각종 사건·사고와 관련된 연예인의 기자회견에서도 거침없는 발언이 쏟아져나왔다.
 그 백미는 단연 나훈아의 “보여주면 믿겠느냐”였다.
 1월25일 가수 나훈아는 자신을 둘러싼 `괴담’을 해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장에서 신체 훼손에 대한 소문에 대해 단상 위로 올라가 바지 지퍼를 반쯤 내린 뒤 “내가 직접 보여줘야겠느냐, 아니면 내 말을 믿겠느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또 나훈아는 모 연예인의 아내와의 불륜 소문에 대해 “남의 마누라를 탐하는 것이, 가정을 파괴하는 마음이 눈곱만큼만이라도 있었더라면 (내가) 여러분의 집에 키우는 개××입니까”라고 말했다. 이날 나훈아의 파격 발언은 이후 각종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될 정도로 큰 반향을일으켰다. SBS 드라마 `일지매’에서 이원종이 패러디 했으며 KBS `폭소클럽2’에서는개그맨 정태호가 패러디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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