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우리나라에 퍼져나간 가정 목욕탕은 재미있는 구조였다. 마당 한 켠에 시멘트로 지은 목욕실 지붕은 장독대로 쓰기도 했다.이것이 집안으로 들어온 시기는 1963년 이었다.최초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서울 마포아파트가 등장하고 부터였다.욕실없는 가정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샤워 부스가 더 인기라고 한다. 공간절약도 되는데다 진짜 목욕은 목욕탕에서 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동네 목욕탕은 “내부 수리중”이라며 여름 한 철엔 문을 닫는 게 연례행사였다. 그렇다고 가을에 가보면 고친 것도 없으니 `여름잠’을 잔 꼴이다. 이렇던 목욕탕이 이제는 확 달라졌다. 찜질방의 등장이 그 분기점이 아닌가 싶다.
`내부수리중’이라며 문을 닫고 여름 한 철을 나기는 커녕 찜질방은 4계절 전천후가 돼버렸다. 시설에 따라서는 사교장이던 옛로마의 목욕탕이 생각날 지경이다. 유별난 찜통더위와 포항 건설노조의 파업으로 찬바람이 쌩쌩부는 이 여름인데도 찜질방은 호황이라고 한다.집회일엔 가까운 목욕탕은 더욱 `북새통’이라니 알만하다.
빙과류·여름휴가용품·냉난방기업체·대형마트 같은 곳들도 이 여름이 즐겁다.올빼미족이 매출의 70% 이상을 올려주는 비디오·DVD가게 또한 마찬가지다. 대부분 업종들이 불경기에 울상이고 시설이 미비한 재래시장은 휴업상태라고 한다.그런데도 `표정 관리’ 해야 하는 업종들도 있다니 그나마 다행인가. 세상 사는 모습이란 게 다 이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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