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km 9년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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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km 9년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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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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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년전 외국 여행길 음식점에서 외국인 종업원 청년을 만난 일이 있다. 늦은 점심을 먹은 우리 일행이 음식 그릇을 깨끗이 비워내자 그의 입에서 한국말이 술술 흘러나왔다. “싹싹.” 허기도 껐겠다, 궁금하기도 해서 그를 붙잡고 수작을 걸어봤다. “한국말 어디서 배웠니?” -“여기, 이 식당에서.”  “ 그런데 `싹싹’말고 다른 한국말 할 줄 아는 것 뭐 있니?” -“빨리 빨리.”
 일본 사람들의 성격이 급한 편이어서 단기(短氣)라고 한다지만 한국인의 기질 또한 이보다 더하지 않은가 싶다.그러고 보니 한국어 `빨리빨리’가  외국 유명 사전의 표제어로 올랐다는 기사를 본것 같기도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다.나 스스로 헷갈리고 있으니 남보고 믿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하나 한국인의 조급성은 이제 국제 사회의 상식이 되어버린 것 같다.
 옛날부터 게으름을 경계하는 말들은 많다. 구약성서 전도서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게으른즉 서까래가 내려앉고 손을 놓은즉 집이 새느니라.” B.프랭클린의 `부자가 되는 길’엔 이런 대목도 나온다. “나태는 걸음이 어찌나 느린지 가난이 금방 따라 붙는다.” 우리 속담엔 `게으른 선비 책장 넘기듯’이라거나 `곰 가재 뒤지듯’이란 표현도 있다.
 `빨리빨리 DNA’가 대물림하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표현이 전해 내려오는 것을 보면 우리 기질에도 나무늘보 같은 구석이 있기는 한가 보다. 그 증거의 하나가 보도됐다. 2.7㎞ 짜리 경주 칠평로 확장공사가 9년이 넘도록 그 타령이라는 소식이다. 그동안 1.66㎞는 겨우겨우 넓혀놓긴 했는데 나머지 1.04㎞는 어느 세월에 확장될지 알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공사 속도를 보면 10년 넘기기는 손바닥 뒤집기보다도 쉬울성 싶다. 하기야 7번국도는 달팽이 이동 속도에 비교된 판이니 뉴스랄 것도 없겠지만 이곳 또한 `빨리빨리 DNA’ 예외지대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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