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도시란 전문가들의 영역을 벗어나더라도 일반시민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녹색 환경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도시를 일컫는 말일 것이다. 이런 도시일수록 가로수는 무성하고 작은 땅조차도 아껴 소공원으로 꾸며 놓는 것을 볼 수 있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고 주택이 밀집한 곳일수록 이같은 녹색환경은 절대 필요함은 새삼스러운 말도 아니다.
녹색환경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에는 잔디도 한 몫할 것으로 생각된다. 잔디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도심 잔디가 겨울철이 되면 누렇게 변색돼 말라죽기까지 한다는 사실이다. 사계절 잔디 대신 값이 덜 나가는 일반 품종을 심는 탓이다. 게다가 관리까지 허술하고보면 사람의 발에 짓밟히고 자동차 바퀴에 깔려 말라죽기 십상이다. 여기에 시민의식 마저 사라진 곳에서는 잔디가 되살아나리라고 믿지 않는 게 차라리 속 편할지 모를 노릇이다.
지금 포항시가 딱 그런 형편이다. 포항 도심의 잔디는 지난해 3월과 6~8월에 시내 4개 도로 인도에 심었다. 양쪽 인도에 폭 1.3m , 총연장 8.4㎞, 연면적 1만1000㎡ 규모로 예산 2억8000만원을 들여 시행한 사업이다. 그 잔디의 신색이 지금 말도 아닌 형편이다. 그런데도 포항시는 오는 2~4월 사이에 시청로 (시청 ~ 이동 고등학교) 인도에 또 잔디를 심을 계획이라고 한다. 말라 죽거나 말거나 배정된 예산만 쓰면 된다는 자세는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까지 헛돈을 썼음이 드러났는데도 또 돈을 퍼붓겠다는 배짱이 두둑해 보일 지경이다. 그 돈이 담당자의 개인 재산이라면 그 자리에 말라 죽을 잔디를 심으려 할 것인가.
경북도민일보는 지난해 포항시가 주요 도로변에 잔디를 심을 때 이미 반대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 우리가 지적한대로 포항 도심 대로변 잔디는 지금 말라죽기 직전이다. 특히나 형산로 (형산 교차로 ~ 오거리)의 잔디 현황은 숫제 입 다물어 버리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다.
포항시 관계자는 “사계절 잔디는 값이 비싸고 관리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예산은 낭비 되더라도 현행대로 사업을 계속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꼭 잔디를 심어야하겠으면 한 군데라도 제대로 자랄 사계절 잔디를 심기 바란다. 그것이 예산과 인력 낭비를 줄이는 길이 되지 않겠는가.
가로수들도 겨울에는 낙엽이 지고 녹색이 사라지는데 잔디라고 예외냐고 되묻지 않기 바란다. 잔디를 심기에 적당하지 않은 곳에 잔디를 심은 뜻은 무엇이었는가. 사철 푸른 잔디로 도시에 녹색 생동감이 넘치게 하자는 것 아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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