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저승 노자(路資)이야기는 있다. 그러나 저승가는 나룻배삯이란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혹시나 저승 차사(差使)가 몰고 다닌다는 저승말 삯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칠곡의 한 골프장이 개장을 눈앞에 두고 낙동강물을 멋대로 퍼썼다 해서 입방아에 올랐다. 가뭄 탓에 잔디가 말라죽게 생겨서 칠곡 군청의 허가를 받지도 않고 낙동강물을 무단 사용했다는 것이다. 물차 10여대가 7번 정도 실어날랐다는 게 운전자의 증언이다. 운전자는 칠곡군청에 물어봤지만 낙동강물을 퍼다 써도 되는지 정확히 알려주는 이가 없더라고 했다.
법대로 하면 국토해양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국가 하천의 물을 쓸 수 있다고 한다. 공공재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골프장은 머잖아 무슨 처분을 받게 될 것 같다. 사람이 마실 물도 모자라는 판에 골프장 잔디 살리자고 공공재인 강물을 퍼 썼다니 과태료를 물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은 이미 땅속으로 스며들었으니 시정권고는 하나마나 일 테고, 형사고발까지 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상상해본 처분이다.
죽은 사람의 혼도 강을 건너려면 배삯을 내야 한다는데 산 사람이 마실 물을 `차떼기’했으니 그 물값 한 번 호되게 비싸지나 않을지 궁금해진다. 하기야 봉이 김선달도 낙동강물을 팔아 떼돈을 챙겼다니 강물 값이 무슨 소리냐고 우길 근거도 없을지 모르겠다. 가뭄탓에 참으로 희한한 이야기도 다 들어본다싶어 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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