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끓어오르던 대구와 울산, 경·남북 4개 시·도의 분위기는 대통령의 약속이 있은 뒤 일단 가라앉는 기미를 보여왔다. 대통령의 약속이니 지켜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로 풀이할 수 있었다. 이런 마당에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이 국회발언,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4차례에 걸쳐 동남권 신공항 무용론을 쏟아냈다. 여기에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도 가세하고 나섰다. 집권당 내부와 청와대에서 똑같이 조율된 듯한 소리가 나오니 모종의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되레 이상한 노릇이다. 대통령 위에 집권당 수뇌부와 청와대 참모가 있는 것인가. 아무래도 기강이 흐트러지고 있다는 느낌마저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한나라당과 청와대에서 신공항 무용론만 무성한 것은 아니다. 영남권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홍준표 의원 같은 이는 정두언 의원의 발언을 정면반박했고 이방호 대통령 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장 또한 조기 매듭을 촉구하고 나섰다. 겉으로 드러난 모양새만 본다면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두쪽으로 갈려 갈피를 못잡는 형국이 돼버렸다.
동남권에 새로운 관문 허브공항 건설이 절대 필요함은 이제까지 여러가지 각도에서 논증되어온 터다. 이제 와서 무슨 논리가 더 필요할 것인가. 영남권에서는 밀양과 가덕도로 유치하려는 주장이 맞서 있고, 수도권에서는 이른바 원 포트 논리로 신공항의 필요성을 백안시하고 있다. 남부권에서는 야당권과 호남에서까지 신공항 건설을 지지하고 있는 판세다. 정당 차원을 떠나서 지역갈등이 갈 데까지 가고만 현상이 눈에 보인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하루라도 빨리 매듭짓는 것이 정답이다. 정부는 이번에야 말로 약속을 지켜야 한다. 동남권 4개 시·도 단체장들은 성명을 내고 정두언 의원의 `단견(短見)’을 공박했다. 장관급 위원장이 대통령의 약속에 먹물을 끼얹는 발언을 자제하지 않고 있다. 국가기강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안나올수가 없게 돼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론분열에 속도가 붙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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