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진
  • 경북도민일보
플라이진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1.0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46년4월1일 알래스카 근처의 알류산열도 부근에서 발생한 진도 7.2의 강진으로 높이 7.8m의 해일이 하와이 섬을 덮쳐 주민 165명이 사망했다. 사태를 목격한 일본계 한 주민이 해일을 `쓰나미’라는 일본말로 불러 입에서 입으로 전해 널리 퍼졌다. 그 후 미국정부는 하와이에 지진해일경보센터를 열면서 이 센터의 명칭에 `쓰나미 tsunami’를 넣었고, 1963년 국제과학회의에서 지진해일의 국제용어로 정식 채택했다. 이것이 진파(津波;항구의 파도라는 뜻)의 일본어 `쓰나미’가 국제용어가 된 유래다.
 일본 동부지방 대형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로 또 낱말 하나가 생겨나고 있다. `플라이진’이란 신조어다. 주지하듯 방사능누출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자국 혹은 일본 내 먼 곳으로 피신했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요 며칠 사이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어느 정도 차분해지면서 속속 복귀하기 시작하자 이들을 `플라이진’이라고 부르는 신조어가 도쿄 오피스가에 등장하고 있다. 미국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다. 비행기를 타고 `날다’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플라이(fly)와 `외인(外人)’의 일본어발음 `가이진(がいじん)을 합성한 말이 플라이진이다. 여진 위험과 방사선노출 공포를 억누르고 직장을 지켰던 일본인들의 배신감이 담긴 용어다. 자칫 직장 내에서 피신했던 자와 일터를 지켰던 자들 사이에 전에 없던 벽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인들이 외국인 동료들을 백안시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일본인들 입장에선 여태껏 들여다보지 못했던 동료의 드러난 속내에 배신감이 들 수도 있을 것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안전지대로 피신하는 게 당연했을 수도 있다. 너무 큰 재앙이었던 만큼 일본인들은 섭섭한 심사를 마음속의 앙금으로 담아두지 않는 게 바람직하겠다. 아니, 무엇보다 일본에서건 어디에서건 같이 일하던 회사 동료를 버리고 비행기 타고 피신하는 `플라이진’을 만든 이번 같은 재앙이 다시는 없어야겠다.
 정재모/언론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