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부지방 대형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로 또 낱말 하나가 생겨나고 있다. `플라이진’이란 신조어다. 주지하듯 방사능누출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자국 혹은 일본 내 먼 곳으로 피신했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요 며칠 사이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어느 정도 차분해지면서 속속 복귀하기 시작하자 이들을 `플라이진’이라고 부르는 신조어가 도쿄 오피스가에 등장하고 있다. 미국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다. 비행기를 타고 `날다’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플라이(fly)와 `외인(外人)’의 일본어발음 `가이진(がいじん)을 합성한 말이 플라이진이다. 여진 위험과 방사선노출 공포를 억누르고 직장을 지켰던 일본인들의 배신감이 담긴 용어다. 자칫 직장 내에서 피신했던 자와 일터를 지켰던 자들 사이에 전에 없던 벽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인들이 외국인 동료들을 백안시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일본인들 입장에선 여태껏 들여다보지 못했던 동료의 드러난 속내에 배신감이 들 수도 있을 것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안전지대로 피신하는 게 당연했을 수도 있다. 너무 큰 재앙이었던 만큼 일본인들은 섭섭한 심사를 마음속의 앙금으로 담아두지 않는 게 바람직하겠다. 아니, 무엇보다 일본에서건 어디에서건 같이 일하던 회사 동료를 버리고 비행기 타고 피신하는 `플라이진’을 만든 이번 같은 재앙이 다시는 없어야겠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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