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매화타령
  • 경북도민일보
포항시 매화타령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2.0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들은 배설행위를 곧이곧대로 표현하길 꺼린다. 먹을거리들이 뱃속에서 삭아 몸밖으로 나오는 배설물 또한 마찬가지다. 영어도 그렇다. `넘버 원’ `넘버 투’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말로 옮기면 `작은 것’ `큰 것’이다. 일을 보는 공간도 에둘러 말한다. `뒷간’에서부터 `화장실’까지 진화한 상태다.
 이렇게 천대를 받으면서도 없어서는 안되는 곳이 화장실이다. `멀수록 좋다’는 속담도 있지만 요즘은 집안에까지 들어와 당당히 자리를 굳히고 있다. 집과는 뚝 떨어진 한쪽 귀퉁이에 밀려난듯 서있던 것의 지위가 이 정도로 높아진 세상이다. 이렇게 되기까지엔 청결과 위생이 절대요소로 작용한 힘이 크다하겠다.
 포항 도심에 재래식 공동화장실조차 없는 동네가 있다고 보도됐다. 북구 대흥동 판자촌이다. 중앙상가의 그늘에 묻혀 빛바래버린 쪽방촌이다. 포항의 두 얼굴을 한마디로 드러내는 물증은 2주 전 쯤 뜯어내버린 공중화장실이다. 규정 따지기 좋아하는 포항시청과 구청  관계공무원들은 서로 “ 내 담당이 아니다”고 등떠밀기만 하고 있다고 한다. 딱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뒤늦게 동 주민센터가  구원투수로 나섰다니 높은자리에 앉아있는 분들만 면구스럽게 생겼다. 뒤늦게라도  좀더 나은 환경이 되도록 화장실 개량의 길을 여는 데 힘을 보태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행차 뒤 나팔일지언정 존재감이 살아날 것 아닌가.
 냄새 난다고 손사래만 쳐서야  풀릴 일은 없다. 옛날 임금님의 것은 `매화’라고 하질않았나. 매화 못지않게 격상된 대접을 받은 것은 농촌의 `천연비료’였다. 김용택의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에 부잣집 사랑방이 천연비료 생산공장 역할을 한다는 시각도 소개돼있다. 부잣집 사랑방 뿐만 아니라 쪽방촌에도 화장실은 필수시설이다. 주제넘은 짓을 `매화타령’이라고 한다. 빈촌에 살면서 무슨 매화타령이냐는 듯한 포항시야말로 매화타령을 하는 것은 아닌지.  김용언/ 언론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