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천대를 받으면서도 없어서는 안되는 곳이 화장실이다. `멀수록 좋다’는 속담도 있지만 요즘은 집안에까지 들어와 당당히 자리를 굳히고 있다. 집과는 뚝 떨어진 한쪽 귀퉁이에 밀려난듯 서있던 것의 지위가 이 정도로 높아진 세상이다. 이렇게 되기까지엔 청결과 위생이 절대요소로 작용한 힘이 크다하겠다.
포항 도심에 재래식 공동화장실조차 없는 동네가 있다고 보도됐다. 북구 대흥동 판자촌이다. 중앙상가의 그늘에 묻혀 빛바래버린 쪽방촌이다. 포항의 두 얼굴을 한마디로 드러내는 물증은 2주 전 쯤 뜯어내버린 공중화장실이다. 규정 따지기 좋아하는 포항시청과 구청 관계공무원들은 서로 “ 내 담당이 아니다”고 등떠밀기만 하고 있다고 한다. 딱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뒤늦게 동 주민센터가 구원투수로 나섰다니 높은자리에 앉아있는 분들만 면구스럽게 생겼다. 뒤늦게라도 좀더 나은 환경이 되도록 화장실 개량의 길을 여는 데 힘을 보태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행차 뒤 나팔일지언정 존재감이 살아날 것 아닌가.
냄새 난다고 손사래만 쳐서야 풀릴 일은 없다. 옛날 임금님의 것은 `매화’라고 하질않았나. 매화 못지않게 격상된 대접을 받은 것은 농촌의 `천연비료’였다. 김용택의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에 부잣집 사랑방이 천연비료 생산공장 역할을 한다는 시각도 소개돼있다. 부잣집 사랑방 뿐만 아니라 쪽방촌에도 화장실은 필수시설이다. 주제넘은 짓을 `매화타령’이라고 한다. 빈촌에 살면서 무슨 매화타령이냐는 듯한 포항시야말로 매화타령을 하는 것은 아닌지.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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