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7명… 모두가 ‘미생’이자 ‘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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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원 7명… 모두가 ‘미생’이자 ‘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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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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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뮤지션 타이거JK·윤미래·비지 ‘필굿뮤직’ 레이블 공동설립

 마치 삼단 합체 로봇 같다.
 래퍼 타이거JK(40)와 윤미래(33) 부부, 래퍼 비지(34)는 각자 개성이 뚜렷한 힙합 뮤지션들임에도 공동운명체처럼 한팀으로 느껴진다. 이들이 무대에서 주거니 받거니 랩을 쏟아내면 호흡이 기막히게 좋다.
 겉으론 ‘힙합 대부’로 불리는 타이거JK가 먹이사슬의 최상위 단계에서 군림할 것 같지만 그는 이들 둘 앞에선 살뜰한 캐릭터다. 이날도 “윤미래는 아이 보느라, 비지는 생활체육인 복싱대회에 나간다고 복싱장에 사니 사무실에서 홀로 외롭다. 힙합 대부는 무슨…”이라며 엄살을 부렸다.
 이처럼 음악 외적인 영역까지 보듬고 이해하는 건 끈끈한 의리와 정, 힙합이란 음악 아래 똘똘 뭉쳐서다.
 세 사람은 지난해 전 소속사를 떠나 힙합 레이블 ‘필굿뮤직’을 설립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나 올해 연말 비로소 뚜렷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종로구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타이거JK와 윤미래, 비지는 “우린 레이블을 함께 키워가고 있다”며 “가수를 포함해 전 직원이 7명인데 회사에선 모두 ‘미생’이기도 하고 모두 ‘갑’이기도 하다. 우리 음악이 허니버터칩처럼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한바탕 웃었다.
 출발은 이들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소박하다. 셋은 원래 의정부의 허름한 건물 지하 녹음실에서 음악 작업을 했는데 이번에 인근의 다른 건물 반지하에 작업실 겸 사무실을 마련했다. “지하에서 반지하로 올라왔다”고 자랑한다.
 이 레이블이 본격 활동에 나서며 처음 선보인 음원인 윤미래의 ‘엔젤’(Angel)은 최근 방송 활동 없이 MBC ‘쇼! 음악중심’ 1위 후보에 올랐다. 윤미래의 자작곡으로 가수와 직원들이 나서 홍보용 CD에 직접 스티커를 붙이며 가내수공업으로 음반을 제작해 자신들의 힘으로 이뤄낸 뿌듯함이 큰 듯 보였다.
 외형은 인디 레이블이지만 사실 윤미래가 누구인가. 언젠가 한 인터넷 댓글에서‘한국 3대 래퍼’로 ‘1. 윤미래, 2. 윤퓨처(미래), 3. 타이거JK 아내’라고 꼽을 정도로 가요계에선 독보적인 위치다. 보컬로도 솔(Soul) 창법이 탁월해 그가 부른 드라마 OST 역시 차트 1위를 석권하곤 한다. 아들 조단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도시락도 척척 싸주는 학부형이 된 게 믿기지 않는 앳된 얼굴이다.
 칭찬에 부끄러워한 윤미래는 “‘엔젤’은 희망적인 곡이다. 4년 전에 후렴구를 먼저 만든 뒤 곡을 완성했다. 내 이름으로 발표됐지만 세 사람이 함께 작사해 우리 모두의 얘기가 담겼다”고 공을 돌렸다.
 실제 비지가 피처링한 대목의 랩 가사 중 ‘윤달에 생일은 여덟 번/ 내 생에 위기는 여러 번’은 2001년 뉴질랜드에서 건너와 7년 만에 데뷔 음반을 내는 등 고단했던 자신의 이야기다.
 타이거JK는 “대중과 우리를 위한 흔한 희망 노래”라며 “나도 아버지가 떠나신 후 음악 작업에만 몰두했는데 이런 곡들을 작업하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레이블이 출발부터 공백기가 생긴 건 타이거JK의 아버지 서병후 씨가 지난 2월 세상을 떠나서였다. 부친은 언론인 출신 국내 1호 팝 칼럼니스트로 그에겐 큰 산이자 ‘베프’(베스트 프렌드)였다. 그는 부친상 이후 아버지가 늘 쓰다듬어주던 머리를 한 번도 자르지 않았다.
 “제가 유별난 건지 어제도 혼자 펑펑 울었어요. 생전 아버지의 조언을 대충 들었는데 이제 더는 아버지에게 답을 구할 수 없으니 미치겠어요. 새벽에 잠들 때마다 혼자 아버지와 대화를 해요. 마음의 정리가 쉽지 않네요.”(타이거JK)
 그러나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음악 작업을 하러 가라며 내쫓던 아버지를 떠올리면 제자리에 머무를 수 없다. 세 사람은 이 레이블에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래 인디 힙합 무브먼트는 레벌루션(혁명)이 아니라 에벌루션(진화)으로 구현되죠. 저희도 메이저와의 싸움보단 결말이 늦게 보여지더라도 진화를 위해 뜻을 안 굽히고 갈 겁니다. 설령 실수를 하더라도 제작과 마케팅, 홍보 등 모든 걸 우리 손으로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지치면 큰일이지만 지금 이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요. 열정이 안 식었죠.”(타이거JK)
 이어 “사실 아들 조단 때문에 (레이블이) 정말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는 윤미래의 솔직한 고백이 이어졌다.
 “1997년 데뷔해 참 힘든 일이 많았는데 지금처럼 마음이 편한 때가 없어요. 이전엔 계속 ‘사이드 잡(부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믿고 사랑하는 사람과 음악 하니 그런 마음이 사라졌죠. 오빠들에게 ‘이번 노래가 대박 나면 좋겠지만 안돼도 자랑스럽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대중이 사랑해줘 너무 감사해요. 처음 가수 할 때 마인드로 다시 돌아왔죠.”(윤미래)
 그러자 타이거JK는 두 가수의 팬들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며 웃었다.
 “비지 팬들은 ‘왜 비지를 썩히고 솔로 음반 안 내주느냐’고, 미래 팬들은 ‘세계적인 역량의 스타 앞길을 막고 있다’고 욕하더군요. 전 미래와 비지에게 여기서 고생하지 말고 다른 기획사에 가서 날개를 펴라고 말하거든요.”
 비지는 “필굿뮤직은 나의 집이자 안식처”라고, 윤미래는 “타이거JK는 나만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큰 사랑을 받은 ‘엔젤’은 이 레이블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다음 달에는 비지의 싱글을 선보일 예정이다. 윤종신이 매월 ‘월간 윤종신’이란 타이틀로 신곡을 내듯 공백기 동안 만들어둔 음악을 계속 ‘배설’해 서로 경쟁해보겠다는 계획이다.
 장르도 힙합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타이거JK와 윤미래는 “우리가 지향하는 음악은 힙합에 국한하지 않은 언더그라운드 팝”이라며 “인위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레이블 이름에 걸맞은 철학이 묻어나는,들으면 기분 좋은 음악을 선보일 것이다. 사람의 솔(Soul)을 움직이는 파퓰러 뮤직”이라고 강조했다. 레이블의 비전은 꽤 거창하다. 이들의 사무실 칠판에도 2015년 비전이 적혀 있다.
 ‘위아 고잉 투 비 넘버 원 팀 인 더 월드’(We‘re going to be No.1 team in theworld)
 “세계에서 최고의 레이블, 최고의 팀이 돼 부자가 되고, 아름다운 메시지를 전파하는 행복한 회사가 되고 싶다”는 의미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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