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동국세시기에 적었다. ‘백중날은 논밭 김매기를 마치는 시기여서 농가에서는 그동안 수고한 일꾼들을 위로하는 잔치가 벌어지고…’ 음력 7월 보름이 백중날이다. 농사꾼들로서는 잠시 한가할 무렵이다. 이른봄 못자리 작업으로 시작된 농사일은 보리타작 모내기, 서너벌에 걸친 벼논 김매기까지 마치면 한숨을 돌린다. 삼복더위도 닥쳤다. 이제 퇴비 장만하는 일이 시작될 때다. 그 무렵에 ‘백중날’이란 전래 명절이 들었으매 하루 쉬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노랭이 주인일지라도 머슴에게 쉬는 날을 주어 위로해야 한다. 하루를 신명나게 놀도록 먹을 것을 푸짐하게 제공하고 일체의 노동에서 해방시켜 준다. 동네 머슴들이 걸쭉히 먹고 마시고 노는 그 하루는 일꾼들만의 놀이판은 아니다. 나중엔 주인 양반들도 함께 어울려 마시고 흥겨워진다. 필경엔 온 동네의 잔치가 되는 것이다. 일러 써레씻이라 한다. 호미씻이라고도 한다. 나락논 세벌 김매기가 끝날 무렵이면 콩밭 김매는 부녀자들의 호미도 씻어 걸 때가 되기 때문이다. 써레씻이나 호미씻이, 그 표준말을 우리 고장 경북에서는 ‘풋굿’이라 부른다.
제철도 아닌 풋굿을 어줍은 글 소재로 삼는 건 영양군 일월면 도곡리의 풋굿축제가 정부 농촌축제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됐다는 최근의 지역 뉴스 때문이다. 올해 4년째 된 ‘도곡리마을숲축제’가 농축산식품부 지원 농촌마을 축제로 뽑혔다는 거다. 온 동민이 한여름 하루를 마을의 당산 숲에 모여 삶의 노고를 서로 위로하는 잔치이기에 선정됐을 거다. 농경사회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가 많은 민속놀이란다. 바라건대 정부 지원축제 선정이 그곳뿐 아니라 폐허화되다시피 한 전국 농산촌 마을 주민들의 삶을 다시금 따듯하게 데우는 공동체 복원의 출발점이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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